문 대통령 "비핵화 합의 어렵지 않아…'디테일 악마' 넘는 게 과제"
2018-04-19 18:16
48개 언론사 사장단 초청 간담회…"북한, 비핵화 의지 확고…북·미정상회담까지 성공해야 대화 성공"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남북 정상회담을 일주일여 앞두고 48개 언론사 사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개최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후 언론사 사장단과 간담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조언을 듣는 한편, 정상회담 성과가 국내외에 잘 알려지도록 협조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정상회담에서 언론은 정부의 동반자"라며 “언론이 국론을 모으고, 한반도 평화의 길잡이가 될 때 두 정상회담의 성공은 물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이 더 빨리 다가오리라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간담회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비핵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로드맵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모두발언에서 “65년간 끌어온 정전체제를 끝내고,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의 체결로 나가야 한다”며 ‘종전선언’을 처음으로 직접 언급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1차 관문인 종전 선언을 하고, 이어지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내는 한편, 남·북·미 3국 정상회담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을 통해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3단계 로드맵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북·미 간 대화 의지를 근거로 평가한 것이다. 특히 한반도 평화 정착 문제의 당사국인 남·북·미가 일련의 정상회담에서 마련될 합의 이행 의지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다만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이 걸린 비핵화 매듭을 우선적으로 풀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10·4 정상회담 때와 상황이 판이하다"며 "북한의 핵·미사일이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도화된 상황에서 핵·미사일에 대한 합의부터 먼저 시작해야 하고, 그것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또 "강력하게 진행 중인 미국 등 국제 제재를 넘어 남북이 따로 합의할 수 있는 내용도 크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07년 2·13 합의 등을 언급하면서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지는 않지만, 목표를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구체방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방안을 되풀이할 수도 없고,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북·미 간 합의가 필요한 부분은 우리와 북한이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디테일의 악마',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평화협정 체제는 북한이 비핵화 조건으로 거론하는 ‘체제안정 보장’의 핵심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의 종전선언 논의를 ‘축복’이라고 말한 점은 미 행정부가 비핵화의 대가로 북한에 상응하는 조치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오는 동안 우리는 미국과 완벽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협의하고 공조해 왔다. 여러 번 언명한 것처럼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 트럼프 대통령의 절대적 지지와 격려가 극적인 반전을 이뤄내는 결정적인 힘이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을 돌린 것도 미국의 의지를 북돋우기 위한 전략적 셈법이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궁극적인 목적은 남북 공동번영인데, 북핵 문제가 풀려 국제적인 제재가 해소돼야 남북 관계도 발전할 수 있다. 남북대화가 잘되는 것만으로 남북관계를 풀 수 없고, 북미·북일 관계도 풀려야 남북관계도 따라서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경제개발이나 발전에 대해 남북 간 협력차원을 넘어 국제적인 참여가 이뤄져야만 현실성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상황을 감안하면 과거 2000년,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 이뤄진 남북경협 문제 등 남북관계 발전 방안의 경우, 이번 정상회담에서 발표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읽힌다.
평화협정 체결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결국 북·미 정상회담에서 얼마나 높은 수위의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로, 북한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협의가 시작되면 한반도 문제 당사국과 유엔 등 관계 기구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외교 각축전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당장 중국 외교부는 이날 남북 간 종전선언 논의를 지지하며, 중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사고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한반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평화체제의 핵심인 평화협정을 구축하려면 한반도 이해당사국, 한국전쟁에 관련된 미국과 중국이 대화에 들어와야 한다”며 “남북 정상의 종전 선언은 평화체제에 대한 의지를 반영하기 때문에 향후 평화협정 체결까지 가는 데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