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남북정상회담 앞둔 '분단의 상징' 판문점…'대화의 상징'될까

2018-04-19 16:35
서울서 버스로 1시간30분…김정은 위원장 첫 남쪽 방문지

남북 정상회담을 1주일여 앞둔 18일 남북 정상이 역사적인 만남을 가질 경기 파주 판문점 내 공동경비구역에서 남측과 북측 병사들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의 명운을 가를 남북 정상회담을 불과 일주일여를 앞둔 18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장소인 판문점을 찾았다. 

청와대가 이날 내·외신 언론사 취재진 3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판문점 프레스 투어'에 따라 방문한 판문점에서 'T2'로 불리는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 등을 방문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남북 군사들이 마주보고 있는 장면 속 바로 그곳이다.

파란색 컨테이너 형태의 이 건물들은 T1·T2·T3로 불리는 회담장이다. 'T'는 '임시'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Temporary'의 약자다. 이 회담장을 설치할 때 이렇게 오랫동안 사용할 줄 모르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회담장을 둘러싼 지름 800m 공간인 공동경비구역(JSA·Joint Security Area)은 휴전선 내 유일한 유엔·북한 공동경비지역으로, 남북한의 행정관할권 밖에 있다.

또한 T1과 T2, T2와 T3 사이에는 좁은 통로가 있는데, 이는 군사분계선(MDL)을 넘을 수 있는 판문점 내 유일한 통로다.

이날 오전 북측 판문각에서 열린 2차 '의전·경호·보도' 실무회담에 참석한 우리 측 대표단은 T1과 T2 사이의 이 좁은 통로를 걸어 MDL을 넘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판문점을 방문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차량이 아닌 도보를 선택할 경우, T1과 T2, T2와 T3 통로를 통해 넘어오게 된다.

하늘색 회담장 양 옆에는 북한군의 회담장인 회색 건물 두 동과 북한군 초소를 볼 수 있다. 이곳은 북한군만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JSA 내 북한군 병사 오청성 귀순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그만큼 판문점은 한반도 내 가장 위험한 지역이다. 그러나 영화에서처럼 남북한 군인이 대치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남북한 군인들은 방문객이 있을 때만 나와 근무를 서기 때문이다. 평상시 남북한 군은 경계근무를 서지 않고, 카메라를 통해 서로를 감시한다.

또한 JSA 경비대대 소속 장병의 삼엄한 안내에 따라 방문한 평화의 집은 아직까지도 리모델링이 한창이었다. 평화의집은 남북 정상 간의 만남이 이뤄질 회담장소다. 

먼 발치에서 바라본 평화의 집의 입구는 파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안전모자를 쓴 인부들 몇 명이 장비를 바꾸기 위해 평화의 집을 드나들었다.

세계의 이목이 쏠린 평화의 집의 리모델링은 20일께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투어를 기획한 청와대는 당초 평화의 집 내부도 공개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내부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상회담장은 평화의 집 2층에 마련되며, 3층은 오·만찬이 가능한 연회장으로 꾸며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판문점은 예상과 달리 사뭇 차분한 모습이었다. 내심 시끄러운 대북-대남 방송의 공방을 각오했지만, 이날 판문점에서 머무는 내내 방송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남북회담본부 제공]

판문점은 통일로를 따라 북쪽으로 약 50㎞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서울에서 버스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판문점 입구인 통일대교를 넘어서부터 눈에 익었던 빌딩 숲과 인적이 끊기며, 말 그대로 '냉전 지대'에 들어서게 된다.

비무장 지대에는 우리 측 주민이 거주하는 대성동 마을과 북측 기정동 마을이 있다.

두 마을은 불과 1.8㎞ 떨어졌지만, 접촉은 불가능하다. 우리 측 대성동에 있는 국기 게양대는 100m 높이로, 국내에서 가장 높다. 북측 기정동 마을에 인공기가 달린 게양대는 160m로 세계에서 네번째로 높다.

그럼에도 창 밖 풍경은 일반 시골길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졌다. 6·25전쟁 이전 '널문리'라는 이름의 작고 조용한 마을이던 판문점의 옛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