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외풍에 KT는?...관심은 황창규 회장 거취로

2018-04-18 14:25
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퇴에 황 회장 퇴진 부담 가중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KT 현직 CEO가 경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것은 2002년 민영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임기를 2년여 남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자진 사임하면서 황창규 KT 회장 거취로 관심이 옮겨붙었다. KT는 포스코와 함께 정권이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좌우하는 기업으로 손꼽힌다.

권 회장은 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 참석해 공식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권 회장은 후임자가 오기 전까지만 직을 유지한다.

권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그러나 이를 다 채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나자, 재계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이번에도 정권의 외압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권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3월 정준양 전 회장의 후임으로 선출됐다. 당시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재임 중에도 포스코건설이 부영에 인천 송도 사옥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등의 의혹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퇴할 것이란 전망이 지속해서 나왔다.

권 회장의 사퇴가 확정되자 자연스레 황창규 KT 회장의 거취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KT는 포스코만큼이나 외풍에서 자유롭지 않은 대표적인 기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2년 KT 민영화 이후 임명된 사장 중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친 수장은 민영화 1기 사장인 이용경 전 사장뿐이다. 2005년 8월 취임한 남중수 전 사장, 2009년 1월 취임한 이석채 전 사장은 각자 한 차례 연임하는 데 성공했으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이들 모두 임기 시작과 끝의 정권이 서로 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황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월 KT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인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부정한 인사 청탁을 받아들였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법원의 무죄 판결로 위기를 한 차례 모면했다.

그러나 KT는 2014년에서 2017년까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90여 명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또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황 회장은 17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소환돼 이날 새벽까지 조사를 받았다.

황 회장의 임기 중에 KT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공식 파트너사로 참여, 5G 시범 서비스를 전세계에 선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5G 조기 상용화는 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권 회장의 사퇴는 황 회장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