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임기 채우나 했는데"...포스코 또 '잔혹사'
2018-04-18 20:48
이사회 후임 승계 절차 진행...이르면 6월말 새 회장 선임할 듯
정권 바뀔 때마다 수장 교체..."꿈에도 몰랐다" 직원들도 동요
정권 바뀔 때마다 수장 교체..."꿈에도 몰랐다" 직원들도 동요
18일 권오준 회장이 중도 사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포스코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후임자 선출 과정에 들어갔다. 차기 회장 선임까지는 2~3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는게 포스코 안팎의 견해다.
후임 회장으로는 장인화, 황은연, 이영훈, 오인환, 최정우, 박기용 등 포스코 전·현직 사장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포스코 이사회, 새 사장 선임절차 착수
포스코 이사회는 이날 권 회장의 사임을 받아들인 직후 신임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이사회 의장인 김주현 사외이사는 "앞으로 승계 카운슬(council)에서 후임 승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에 소집해 구체적인 일정과 절차를 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내부적으로 승계 카운셀 규정을 두고 있다. 이번과 같이 최고경영자(CEO)의 급격한 신상 변동이 발생할 시에만 운영된다.
통상 새 회장 선임은 이사회 검증, CEO후보추천위원회 승인, 주주총회 의결 등 절차를 통해 진행돼 2~3개월가량 소요된다. 이르면 6월 말께 새 회장이 선임될 것으로 점쳐진다.
권 회장은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임자가 정해질 때까지 직을 유지할 예정이다.
김 이사는 "회장 선임 절차 과정 동안 경영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권오준 회장에게 자리를 지켜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사임 사유에 대해 "권 회장은 지난 4년간 구조조정 등을 강행하며 피로가 누적됐고 최근 건강검진에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조언이 있었다"며 "최근 창립 50주년 행사를 잘 마무리하고 다음 50년을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주변에는 계속해서 사퇴 의사를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치권의 압력설이나 검찰 내사설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꿈에도 생각 못했다" 포스코 직원들 당혹
포스코에는 정부 지분이 전혀 없다.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 재임 시절 정부 출자로 세워진 기업인 만큼 정권 교체시마다 낙하산 문제가 되풀이되는 한편, 회장직마저 바뀌고 있다.
권 회장의 전임자인 정준양 전 회장(재임 기간 2009년 1월∼2014년 3월)도 외압에 못이겨 사임하는 전철을 밟았다.
정 전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국빈만찬을 비롯해 10대 그룹 총수 청와대 오찬, 베트남 국빈방문 사절단 등 주요 행사에서 잇달아 배제됐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인도를 방문할 당시 경제사절단에서 제외된 권 회장의 상황과 판박이인 셈이다.
정 전 회장의 전임인 이구택 전 회장(2003년 3월∼2009년 1월)도 마찬가지다. 이 전 회장은 권 전 회장처럼 연임하는데 성공했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1년 뒤인 2009년 초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검찰은 이주성 전 국세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포스코가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에 들어간 바 있다.
포스코 직원들은 이번 권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권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회사 부채비율을 창사 이래 최저 수준인 17.4%까지 끌어내리고 4조63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체질 개선'을 이끌어 직원들의 동요가 큰 상태다.
한 포스코 직원은 "권오준 회장이 올해로 창사 50주년을 맞아 직원들을 독려하고, 관련 행사도 잘 치렀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이번에는 과거와 다르게 회장이 무사히 임기를 마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보기좋게 빗나갔으며 직원들도 크게 동요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권 회장이) 새 회장이 오기 전까지는 경영을 지속하기로 함에 따라 경영공백은 없을 것"이라며 "추진 중인 사업들도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