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펀드' 잘나가도 돈 빼는 까닭은
2018-04-17 18:39
삼성그룹주펀드가 다른 상품보다 좋은 수익률을 내면서도 환매에 시달리고 있다. 먼저 돈을 번 투자자가 차익실현에 나선 것일 수 있겠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도 실망감을 줬다. 사상 처음 액면분할에 나섰지만 주가는 눈에 띄게 움직이지 않았다.
◆양호한 성과에도 빠져나가는 뭉칫돈
17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25개 삼성그룹주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가 올해 들어 전날까지 거둔 수익률은 5.98%다. 테마 펀드 가운데 헬스케어펀드(11.33%)를 빼면 가장 양호했다.
삼성그룹주펀드는 1년 동안에도 30.37%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국내 주식형펀드(18.04%)와 해외 주식형펀드(20.89%)를 모두 앞섰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다른 그룹주에 투자하는 펀드는 연초 이후 2.16%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이처럼 삼성그룹주펀드 성과가 좋아도 설정액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2805억원이 빠져나갔다. 반대로 국내 주식형펀드와 해외 주식형펀드에는 같은 기간 2조9929억원, 1조3349억원이 순유입됐다.
◆삼성그룹 순환출자 해소 재평가 기회
삼성그룹주펀드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생각으로 차익실현에 나서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그렇지만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주가 재평가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액면분할도 여전히 염두에 둬야 할 호재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순환출자를 해소하면 삼성전기, 삼성SDI를 비롯한 다수 종목이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주펀드도 옥석을 가릴 필요는 있다.
한국투신운용 '한국투자 킨덱스 삼성그룹주 동일가중' 펀드는 올해 들어 수익률 9.07%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에 비해 실적이 가장 나쁜 펀드 수익률은 2%에도 못 미쳤다.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삼성그룹 계열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SDS다.
되레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254만8000원에서 251만7000원으로 1.21% 하락했다. 액면분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주가는 오르지 못했다.
반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같은 기간 37만1000원에서 56만7000원으로 34.57% 올랐다. 삼성SDS도 20만원에서 23만3500원으로 14.35% 뛰었다.
'유령주식' 배당 사고를 낸 삼성증권 이슈도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량 환매를 우려할 만한 악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