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종합] "불편해도 직시해야"…성범죄 다룬 '나를 기억해', 우려 잠재울까?

2018-04-13 17:13

배우 이유영(왼쪽), 김희원[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소년성범죄·온라인 범죄를 다룬 영화 ‘나를 기억해’가 오늘(13일) 첫 공개됐다. 영화를 둘러싼 여러 우려들이 들려오는 가운데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13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나를 기억해’(감독 이한욱·제작 ㈜오아시스이엔티·배급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이한욱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유영, 김희원, 오하늬, 이학주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영화 ‘나를 기억해’는 과거 성폭행 피해자였던 서린(이유영 분)이 의문의 연쇄 범죄에 휘말리고 전직 형사 국철(김희원 분)과 함께 사건의 실체와 정체불명의 범인인 ‘마스터’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범죄 스릴러다.

이날 이한욱 감독은 ‘나를 기억해’라는 제목에 관해 “범인과 서린의 입장에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서린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고, 범인의 입장에서는 과거 자신의 모습을 (피해자에게) 각인시키는 제목일 수도 있다.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나를 기억해’라는 제목은 과거 성폭행 피해자였던 서린이 자신의 모습을 부정, 자신을 지운 채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정체성을 세우려고 했다는 것과 동시에 범인이 피해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다는 설정이라는 것.

영화는 청소년 성범죄와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를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가 겪는 공포심을 비롯해 이를 오락거리로 소비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등장, 보는 이들을 충격에 빠지게 한다.

이 감독은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는 ‘청소년 문제’에 대해 쓰고 싶었다. 가장 먼저 떠올린 이미지는 국철과 서린이 의문과 마주친 장면이고 그 장면에 이르기까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극을 끌어가는 서린 입장에서 간과하기 힘들어서 시간적인 구성을 안배, 두 가지 이야기를 녹여서 끌고가려고 했다.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고 힘들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작품은 ‘스릴러 퀸’ 이유영과 ‘믿고 보는 배우’ 김희원의 만남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거기에 신예 오하늬와 이학주가 개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서린 캐릭터에 이유영 씨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촬영하면서도 내가 탁월한 선택을 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김희원 선배님은 롤모델로 삼고 쓴 캐릭터인 만큼 100% 만족스러운 연기를 해주셨다. 오하늬 씨는 막바지에 캐스팅 되었는데도 불구, 열정적으로 임해주셨고 동진 역의 이학주는 처음 미팅을 하자마자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이라고 생각, 마음에 들어서 캐스팅하게 되었다”며 캐스팅 과정을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서 끝까지 사건을 쫓는 전직 형사 오국철 역을 맡은 김희원은 “국철은 거칠고 삶에 찌든 인물이다. 화도 많이 나서 (연기를) 그렇게 했는데, 제가 못 느끼는 감정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저라면 저렇게 못 움직였을텐데 평소 못 느끼는 감정을 느끼려고 하니 힘들었던 것 같다”며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부분들을 언급했다.

두 얼굴을 가진 모범생 동진 역을 맡은 이학주는 “동진이라는 캐릭터를 준비할 때 모범생, 워너비 같은 인물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반전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한 캐릭터 안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간극이 크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가장 열심히 했던 부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배우 이학주, 오하늬, 이유영, 김희원, 이한욱 감독[사진=연합뉴스 제공]


앞서 영화는 청소년 성범죄 및 온라인상 등 충격적 범죄들을 다루고 있다. 피해자들의 상황이나 상처가 다소 자극적으료 묘사돼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 감독은 “이 소재와 이야기가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이 들기도 한다. 처음 찍을 때,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대중 영화로서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유영 역시 서리니 처한 상황과 영화의 소재 등 어려운 결정을 해야했다. 이유영은 “같은 여성으로서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여러 큰 사건들을 말해주셨고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덜 자란 청소년이 알고 하는 행동인지. 그들이 가해자이자 피해자일 수 있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연기를 하면서는 스스로 피해자라고 상상하며 연기했으나 감시 상상하기 어려운 아픔이었다. 책임감이 컸고 그렇기 때문에 완성본을 보니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며 연기적으로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김희원 또한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현실에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슷한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시나리오를 받고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걱정이 컸다. 너무 큰 감정이라서 고민도 많았다. (피해자 역인) 이유영 씨를 비롯해 다른 배우들이 이걸 어떻게 감당하고 연기할까 궁금했다. 대본 속 상황을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마음으로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나 싶었다. 보고 나서도 보면서도 마음이 무거웠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극 중 서린에 이어 또 다른 성범죄의 타깃이 된 학생 세정 역의 오하늬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 화가 많이 났다. 다시 영화를 보면서도 눈물이 날 정도였다. 이런 문제는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여성분들이 영화를 보고 불편하고 힘들 수 있는데 이런 문제를 직시하고 극 중 서린처럼 나서서 해결했으면 좋겠다. 여성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며 여배우로서 또한 여성 관객으로서 들었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이유영 역시 “저도 보는 내내 화가 나고 씁쓸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는 마음으로 촬영했다”고 거들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유영, 김희원 주연의 영화 ‘나를 기억해’는 오는 19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