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재구성] 거리에 택배박스가 나뒹구는 그곳, 다산신도시

2018-04-12 13:48
'택배대란' 발단은 단지 내 교통사고…'차 없는 단지' 조성됐음에도 지하 주차장 층고 낮아 택배차량 진입 불가
입주민 이기심 비판 여론과 더불어 건설사 잘못 지적하는 의견도

지난 10일 오후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에 택배 물품들이 쌓여 있다. 이 아파트가 지난 2일부터 택배 차량 지상 진입을 통제하자 택배 업체에서는 단지 출입문 인근에 물건들을 쌓아두고 고객에게 찾아가라는 안내 문자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아파트 '최고의 품격과 가치'를 위해 지상에 차량 통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 내부에 붙은 한 장의 안내문은 '택배대란'의 서막이었다.

관리사무소 명의의 안내문은 택배기사가 아파트 정문으로 택배 상품을 찾으러 오라고 할 경우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일러주고 있다. "그걸 제가 왜 찾으러 가야 하죠? 그건 기사님 업무 아닌가요"라 반문하며 집 앞까지 카트로 배송해달라고 요청하라는 것.

대란이 시작된 때는 지난달이다. 단지 내에서 택배 차량이 후진 중 한 어린이와 어머니를 친 사고가 발생했다. 애초에 해당 아파트는 '차 없는 단지'로 조성됐지만, 지하 주차장의 층고가 낮아 탑차 형태의 택배 차량들은 인도로 진입하고 있었다.

입주민들은 관리사무소 측에 재발 방지책 강구를 요구했다. 인근의 다른 아파트 3곳에도 소식이 퍼지면서, 4개 아파트 단지는 택배업체에 저상차량을 도입하라는 공문을 보내기에 이른다.

택배업체들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개인사업자 신분인 택배기사들에게 저상차량 지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시간이 돈'인 기사들 또한 일일이 카트로 집집마다 배송을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김진일 전국택배연대노조 정책국장은 11일 cpbc 라디오에 출연해 "(택배기사들은) 하루에 평균 250건 정도 배송하고 있다"며 "아침 7시에 출근을 해서 밤 9시 무렵까지 13~14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민들의 요구에 대해서 김 국장은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에는 공감하는 편"이라면서도 "대체차량 구하는 비용 문제도 있고, 적재공간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보니 택배노동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라고 밝혔다.

업체들이 배송을 거부하면서, 인도에 나뒹구는 택배 박스는 다산신도시의 흔한 풍경이 됐다. 이를 바라보는 여론은 어떨까. 한 트위터 이용자는 "품격과 가치를 번지르르한 겉모습에서 찾는 '좀비 아파트'"라고 꼬집었다.

반면 문제의 본질은 입주민들의 이기심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다른 이용자는 "논란의 본질은 제일 먼저, 비용 때문에 지하 주차장을 충분한 높이로 만들지 않은 건설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