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원가 공개하라"…탄력받는 가계통신비 인하론
2018-04-12 14:00
이동통신사의 통신요금 원가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로 통신 서비스의 원가가 공개되면 통신비를 인하해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대법원 1부는 참여연대가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권한 승계)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통신요금 원가 산정 근거자료 일부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공개 대상은 2005~2011년 사이 출시된 이동통신3사의 2세대‧3세대 이동통신(2G‧3G) 요금제의 원가 산출 근거다. 원가 산정을 위한 사업비용과 투자보수 산정근거자료 가운데 영업보고서의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 영업통계 등을 공개하게 된다.
참여연대는 LTE 요금제에 대한 정보 역시 공개를 청구할 계획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판결에 환영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대법원 판결은 국민의 알권리 등이 이통사의 영업비밀보다 우선한다는 원칙, 이동통신사에 대한 국가의 감독 및 규제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한 기념비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대선 공약으로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 중 하나로 ‘기본료 1만1000원 폐지’를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이통사의 강력한 반대에 지난해 9월 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기본료 일괄 폐지에서 한 발 후퇴해야했다. 당시 국정기획위는 △선택약정할인율 25%로 상향조정 △월 2만원대 요금에 통화 200분‧데이터 1기가바이트(GB)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통신비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기본료 폐지 등 장기적 통신비 인하 방안은 사회적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결론내기로 결정했지만, ‘공약후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협의회에서 시민단체 측은 기본료 폐지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 보편요금제 도입을 주장했고, 이통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일단 공개한 정보를 들여다볼 것”이라며 “이통사의 매출 타격에 대한 우려도 이해한다. 기본료 폐지보다는 순차적 폐지 혹은 보편요금제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날 이통3사 측은 공식적으로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기업의 영업비밀이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은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속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엄연한 민간기업의 경영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며 “원가를 공개하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보공개가 통신비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참여연대가 통신비 인하의 근거로 내세우는 원가보상률은 공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요금 관리에 활용되는 개념”이라며 “민간기업인 통신사업자의 수익성이나 국내 통신 요금 적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이통사의 원가보상률이 100%가 넘는다는 것을 내세워 통신비 인하 여력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원가보상률이 100%라는 것은 사업비용과 투자보수가 영업수익으로 회수됐다는 것을 뜻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자료량이 방대해 정보 공개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이 이동통신의 공익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계기로 인식하고, 앞으로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통신비 인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