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작업환경 보고서 공개 논란…국가핵심기술 여부 산업부 판단에 달렸다

2018-04-12 06:00
고용부도 산업부 결정에 따르기로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 간 공방의 초점이 해당 내용의 '국가핵심기술' 포함 여부에 맞춰지고 있다.

지난 9일 고용부가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 영업비밀로 볼 만한 정보가 없다”며 기존 공개 방침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내용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되면 이를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자사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 공장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내용에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는지를 판단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고용부 간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를 둘러싼 다툼이 산업부의 국가핵심기술 포함 여부 판단으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전문위원회에서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나 관련 문서에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 정보가 있는지를 판단할 것"이라며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전문위원회를 열어 심의하고 결과를 삼성전자에 통보할 예정”이라며 설명했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정부는 수출승인·신고 및 해외인수·합병 신고 등을 통해 해당 기술을 관리한다. 현재 30나노 이하급 D램과 낸드플래시, 파운드리에 해당하는 설계·공정·소자 기술과 3차원 적층형성 기술, 조립·검사 기술,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설계·공정 기술 등 7개 기술이 반도체 분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부는 이르면 다음주 전문위원회를 열어 삼성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 국가 핵심기술이 포함됐는지를 판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핵심기술이라는 판정이 나올 경우 삼성전자는 그 결과를 법원에 제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일부 산업재해 피해자 등이 고용부를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제기하자 전체 공개를 막기 위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내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빠른 대응에 나선 것은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이 회사의 핵심 부문이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경우 국내 총수출의 20%가량을 담당한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굴기’ 등으로 인해 이 같은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대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반도체 생산에 들어간 중국업체들이 삼성전자의 앞선 기술을 ‘곁눈질’하게 될 경우 그 시기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삼성전자가 자사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의 공개를 강하게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다.

반면 고용부는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는 기업 영업비밀로 볼 만한 정보가 없으며, 설령 영업비밀이더라도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공개돼야 한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산업부의 결정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박영만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재판부의 판단이 우선”이라면서도 “다만 산업부가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에 국가핵심자료가 들어 있다고 판단하면 그 내용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업부가 국가핵심기술이라고 판단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개를 보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며 “사안이 방대한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