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젖꼭지가 무슨 잘못…이란서 모자이크 처리

2018-04-09 11:04
이란 방송, 로마 건국 신화에서 따온 'AS로마' 축구팀 로고 검열

이란 국영 방송사가 국제 축구 경기 중계에서 로마 건국 신하에서 따온 AS로마의 로고를 모자이크 처리해서 논란이 빚어졌다.
 

이란 TV가 로마의 건국 신화를 모티브로 한 AS로마의 로고를 모자이크 처리했다.[사진=ANSA통신 홈페이지 캡처]

6일 이탈리아 언론 안사(ANSA) 등 현지 언론은 이란 국영방송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 시간) 밤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경기를 내보냈다. 이 경기는 바르셀로나와 AS로마의 대결이었다. 방송사는 AS로마의 로고를 흐릿하게 표현했다.

두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늑대가 AS로마 로고다. 이 로고는 로마제국의 건국 신화인 로물루스와 레무스 쌍둥이 형제 이야기에서 따온 것이다.

전쟁의 신 마르스는 사제였던 레아 실비아를 보고 한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진다.

레아 실비아는 쌍둥이 아이를 가졌지만, 마르스는 이 아이를 바구니에 담아 강물에 띄워 보낸다. 이 바구니를 본 암컷 늑대가 두 아이에게 젖을 물려 키운다. 이들이 커서 로마를 건국하는 로물루스와 레무스다.
 

AS로마 엠블럼[사진=AS로마]

건국 의미를 담은 AS로마 로고를 이란 방송사는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흐릿하게 처리한 것이다. 이 모습이 전파를 타자 어이없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덴마크에서 활동하는 이란 스포츠 기자 메흐디 로스탐푸르는 자신의 텔레그렘에 "3천년 동안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엄마 젖을 빼앗겼는데, 이제 이란 국영 TV는 그들에게서 늑대의 젖마저 빼앗아갔다"고 적었다.

한국 누리꾼도 "방송을 보는 동물이 불편해할까 봐 모자이크 처리한 듯", "단지 이란의 상상력이 뛰어 날뿐입니다" 등의 조롱 섞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란의 과도한 검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1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로마 시청 인근 카피톨리니 박물관에서 마테오렌치 당시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이 예정돼있었다.

이탈리아는 전 세계가 뛰어난 문화유적이라 칭찬하는 비너스 상을 비롯한 박물관 유명 누드 조각상을 가려야 했다. 신체 노출을 금기로 여기는 이란 문화를 배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자국 문화에 자부심이 강한 많은 이탈리아인은 누드상을 가리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