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강자 'GC녹십자', 고형암 표적치료제 개발 나섰다

2018-04-06 03:02
EGFR 표적항암제 신약 GC1118 1·2상 임상시험 개시…기존 치료제보다 효과 우수 기대

[사진=녹십자 제공]


GC녹십자가 표적항암제 신약후보물질 ‘GC1118’ 1·2상 임상시험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고 5일 밝혔다.

GC1118은 녹십자가 자체개발하고 있는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 표적항암제 신약이다. EGFR은 암세포가 증식·전이되도록 성장신호를 보내는데, GC1118이 EGFR과 결합해 성장 신호 전달을 사전에 차단하고 암 증식을 억제한다. 이 과정에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사멸하도록 유도한다.

이 작용기전은 이전 EGFR 표적치료제와 동일하지만, GC녹십자는 GC1118이 차별적인 결합방식을 갖고 있어 더 다양한 EGFR에 광범위하고 우수한 억제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C1118은 GC녹십자가 사실상 항암제 시장을 본격 진출하는 첫 교두보다. 그룹 상으로는 GC녹십자 계열사인 GC녹십자셀에서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LC’를 판매하고 있지만, 백신·혈액제제에 주력해오던 GC녹십자에서 자체적으로 항암제 개발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GC녹십자가 판매 중인 ‘뉴라펙’도 암 중 하나인 호중구감소증 환자에 사용되지만, 항암제 투여 시 체내 호중구 수치가 감소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예방하는 보조제이니만큼 항암제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

이같은 GC녹십자 행보는 항암제가 백신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신약 개발 영역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로 꼽히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만약 개발에 성공한다면 녹십자는 사업범위를 항암제 영역까지 본격적으로 넓힐 수 있는 기반을 얻게 된다. 다만 한미약품과 마찬가지로 개발 과정에서 해외 제약사 등으로 판권이전(기술수출)할 여지는 남아 있다.

이번 임상시험은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재발성·전이성 고형암(위암, 폐암 등 일정 형태·조직을 갖추고 있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임상시험에서 GC1118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화학항암요법 약물과 병용투여된다.

항암 치료에서 두 약물 이상 병용투여는 단독투여에 비해 높은 치료효과를 보이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때문에 GC녹십자는 당초 GC1118 단독투여로 계획했던 1상 임상시험과 달리 이번 임상에서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병용투여를 적용했다.

GC녹십자는 1상(1b상) 임상시험을 통해 적정 투여용량을 확인하고, 2상(2a상) 임상시험에서 대상 환자 수를 늘려 신약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또 이번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서 대장암을 비롯해 위암 등 다수 고형암으로 임상시험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GC녹십자로선 첫 항암제 개발이라 할 수 있고, 항암 치료 트렌드를 반영해 병용투여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 항암 신약이 상용화되면 환자 치료환경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