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술 중국 막아라… 첨단제품 고관세"…"아시아 경제 전반 타격 우려"

2018-04-04 14:40
"미 소비자ㆍ기업 부담 커질 수도" VS "중국에 빼앗긴 일자리 되찾을 기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더 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3일(현지시간) 중국산 수입품 1300개를 대상으로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고 CNN 등 현지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과세 규모는 약 500억달러(약54조원) 에 달한다. 특히 이번 과세책은 ‘중국제조 2025’로 불리는 10대 핵심산업 육성 프로젝트를 겨냥해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즉각 반발하며 추가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대변인 담화문에서 "미국이 중국의 엄정한 우려를 고려하지 않고 관세 부과 목록을 공개했다"며 "이는 전형적인 일방주의, 보호무역주의 행위로 중국은 강력히 규탄하고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 반도체 등 첨단 기술제품 초점···신발·의류 미국 소비자 타격 큰 품목 제외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번 조치가 반도체를 비롯해 리튬 이온 배터리 등으로 첨단 기술 제품에 초점을 맞췄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관세 목록은 중국이 최근 들어 우위를 차지하려는 기술을 겨냥했다”고 보도했다.

산업 로봇, 첨단 화학제품, 전기차 등 분야와 더불어 식기세척기, 텔레비전, 자동차 등 일반 소비 품목도 일부 포함됐다. 그러나 신발, 의류, 휴대폰, 가구와 같이 미국 소비자들의 반발을 살 수 있는 품목을 빠졌다. 

미국 내에서는 벌써 중국의 '맞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행정부 당시 상무부 장관을 지냈던 카를로스 쿠티에레즈 ( Carlos Gutierrez)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은 전투로부터 시작되며 전투는 이미 시작됐다"면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압력을 받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마크 무로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은 역시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처는 지난 월요일이 중국이 발표한 것보다 더 공격적으로 보인다"면서 “제조 과정 전반에 투입되는 품목에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에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업계 반발 이어져…"다른 아시아 경제에 타격 줄 수도 "  

USTR이 제시한 관세 품목은 공청회 개최 등을 포함한 여론 수렴 기간을 거쳐 다음 달 11일 이후 발표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일부 업계는 강력히 반발했다. 마이론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관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미국 소비자와 기업이 매일 사용하는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바른 해결법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딘 가필드 정보기술산업협의회(ITIC)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역사적 경험에서 비춰볼 때 이같은 관세 부과 정책은 원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역효과만 낼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관세 부과는 기술 제품의 가격만 높여 미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중국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못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전국소매재단(National Retail Foundation)은 신발과 의류와 같은 품목이 제외된 것을 환영하면서도 생활가전제품에 대한 추가로 관세가 부가된 데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제조업체와 철강 업체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제조업연합회(Alliance for American Manufacturing) 회장인 스콧 파울은 “관세 부과 조치는 중국과 무역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중국에 빼앗긴 수백만개 일자리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UBS의 수석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타오 왕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경제가 이번 관세 부가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왕은 "모든 중국 제품에 대한 10%의 관세부과는 중국의 전체 수출 성장률을 2% 정도 낮출 것이며, 중국 GDP는 0.3%에서 0.4% 하락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옥스포트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아담 슬래터는 같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의 영향이 단순히 두 국가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슬래터는 “통신 전기 등과 같은 수입 품목에 대한 관세 상승은 다른 아시아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가 거액의 관세부과 목록을 공개하면서 위안화 가치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중국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거래)센터는 4일 위안화의 달러당 기준환율을 전거래일 대비 0.0093위안 높인 6.2926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위안화의 달러당 가치가 0.15% 절하됐다는 의미다.

세계 1, 2대 경제체간 무역전쟁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환율에 대한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국 시장의 전망이다. 변동폭이 커지며 요동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리라는 것. 앞서 중국 금융·경제 전문가들은 "달러가 절하될 확률이 위안화 절하 확률보다 높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