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희 칼럼] 4차산업시대와 '스마트팜' 창농

2018-04-04 09:57

권창희 한세대학교 IT학부 교수 겸 한국스마트시티학회 회장. 
 

"4차산업혁명이란 시네틱스(synetics)이론이 적용한 직접 유추, 의인 유추, 상징적 유추, 환상적 유추를 통해 사람과 사물과의 관계가 다양한 인터페이스와 서비스로 새롭게 온오프라인 공간을 점점 스마트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윌리엄 고든(William J. Gordon)의 시네틱스(synetics)이론이 있다. 그는 천재와 대발명가들을 대상으로 심리 연구한 결과에서 얻은 공통적인 사고방식은 '유추'라는 '관련이 없는 요소들의 결합'이라는 매커니즘에 의해 성과를 낸다고 주장했다. 즉, 친숙한 것을 생소한 것으로 생소한 것을 친숙한 것으로 보이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을 갖기 어려운 상황에서 창의적인 사고를 도와주고 문제 해결에 답을 얻는다는 내용의 이론이다.

농촌에 시네틱스(synetics)이론을 적용한 일본의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아오모리현 아나카다테 마을농업관광을 예술과 IT융합으로 만든 '벼 아트' 프로젝트다. 예로부터 이 마을은 고령화와 인구감소 등 도시문제와 일본인의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감소하는 쌀소비량 및 판매부진 등에 따라 생계가 어려워졌다. 이에 주요 생계 수단인 쌀 농사를 유지하면서 도시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1993년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 논을 캔퍼스 삼아 빨강, 노랑, 흰색, 보라색, 검은색 등으로 자라는 벼를 다양한 주제의 그림으로 표현했다. 윗 전망대에서 보이는 시점에 맞춰 원근감을 살릴 수 있도록 상단은 크게, 하단은 작게 원화를 작성했다. 미술을 가르치는 선생이 스케치를 제작하고 설계자에 의해 CAD 도면 및 논 좌표가 완성되면 1200명이 넘은 사람들이 도면에 맞춰 벼를 심었다. 최근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모심는 작업을 하며 쌀농사를 체험하고 있으며, 마을사람들은 작품을 이룬 벼에서 수확한 쌀로 각종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논의 그림을 QR코드처럼 인식해 이 마을에서 생산한 쌀 판매사이트로 연동되도록 하는 '쌀-코드'를 개발해 관광수입 외 부가적인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마을을 위한 특별 기차역을 신설해 관광 활성화도 지원하고 있다. 운영 성과로는 △외부에서 방문하는 관광객(마을 인구의 30배 이상) 및 쌀 판매량 급증 △2015년도 6200만엔(한화 6억7000만원)의 관광수입 △2016년도 전망대 요금 1억엔(한화 10억8000만원) 돌파 등이다.

본 프로젝트의 시사점으로는 문화예술을 지역 살리기의 테마로 활용했고 지역살리기에서 지역브랜드로 확대, 성장시켰으며 논을 짓던 지역이 관광브랜드로 재탄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사례를 교훈삼아 지형이나 논밭 등 지역토대와 작물자원, 풍경 등 지역의 공간가치와 IT융합기술을 함께 융복합적으로 잘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구체적으로 스마트팜(smartfarm)과 문화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인 스마트시티기반 도시재생 사업으로의 지역브랜딩 사업화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지역의 대학과 기업간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스마트도농빌리지로 지속가능형 스마트팜단지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도시의 수요는 다양성에서 비롯된 조그마한 특수한 분야에서도 새로운 산업으로 열리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반려견 놀이터다. 현대화 핵가족사회에서는 반려동물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2020년까지 반려견 놀이터를 5개까지 확보하는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고 한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및 월드컵공원의 반려견 놀이터에는 연간 4만여 마리의 반려견과 5만 여명의 견주가 찾았다고 한다. 이른 바 틈새를 겨냥한 '니치' 마케팅의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어떤 병에는 어떤 약을 먹으면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 때 말할 때 마법의 은탄환(Silver bullet)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은탄환의 유래는 흡혈귀, 늑대인간 등을 은으로 된 탄환을 쏘아 심장을 맞추면 죽일 수 있다는 전설에서 비롯됐다. 지금은 고질적인 문제를 단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명쾌한 해결책을 의미한다. 도시와 농촌의 문제는 단순간에 해결할 수 있는 은탄환의 솔루션이 없다. 단칼에 매듭을 잘라 버린 '고르디우스의 매듭'의 이야기의 주인공 알렉산드로스는 아시아의 지배자는 됐지만, 33살 나이에 갑작스런 죽음을 맞았다. 살면서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을 때 단칼에 이를 끊어버리려는 욕구에 사로잡히기 쉽지만, 우리 삶에서 그런 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 도리어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문제를 제대로 풀고 싶다면 끈기 있게 차근차근 하나씩 푸는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스마트시티기반의 도시재생적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안한다. 첫째, 스마트시티기반으로 도농간의 물적, 인적, 정보의 상호작용을 하는 공유플랫폼 구축, 둘째, 도시근교 텃밭(토지) 소유주와 텃밭 희망자를 상호 연결하는 랜드셰어링(Land Sharing), 셋째, 도시농업, 농촌의 소득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스마트팜(청년팜) 시스템 구축, 넷째, 농촌 환경 및 생산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스마트그리드, 온·오프라인 연계(O2O),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분석센터 구축, 다섯째, 도·농 간의 협력적 생산·가공·유통·소비 네트워크 구축, 여섯째, 농축산물 품질인증연계한 방송과 미디어융합 포털구축, 일곱째, 정보화마을을 스마트빌리지로 재생, 여덟째, 스마트그리드인증마을사업 등이다.

끝으로 기존의 귀농귀촌정책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청년들에게 창농이란 측면에서 비교적 소극적이였다면, 앞으로는 미래의 농촌은 청년에게 힘을 실어주는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방해·저항적인 요소가 있다면 과감히 규제개혁을 통해 걷어내야 한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청년들이 전국 스마트팜발전소에서 스마트팜을 '창농'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국가레벨의 지원정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