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변화" 예고한 이주열 2기···기대반 우려반

2018-04-02 19:00
노조 과반 반대 속 껄끄런 연임
통화정책 신중론·재정정책 강조
'예스맨' 지적에 "쓴소리 하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은행 본부 소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자료=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기를 시작했다. 대체로 통화정책 연속성 유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이 총재는 2일 취임식을 열고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변화를 예고했다. 지난 4년 동안 내부 조직을 안정화하는데 중점을 뒀다면 향후 4년은 변화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그는 "내부 경영과 관련된 제도와 관행을 재평가해 지켜야 할 것은 발전시켜 나가겠지만 시대 흐름에 맞지 않거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변화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통화정책에 대해선 신중론을 유지했다. 그는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의 유효성 제고를 위해 정책 운영체계나 수단을 재검토하겠다"면서도 "금리 조정폭을 축소하는 것은 큰 줄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통화정책과 함께 재정정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금은 경기를 살리고 금융 안정을 지켜야 하는 등 통화정책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금리만 가지고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느냐"며 "우리나라는 재정 건전성이 양호한 편이어서 재정 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해결해야할 내부 과제도 많다. 특히 직원들의 마음부터 다잡아야 한다. 한은 노동조합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830명 중 458명이 이 총재 연임을 반대했다. 

편파적 인사와 복지 문제, 현금 도난 사건과 성폭력 문제 등에 대한 후처리 문제 등으로 인해 직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내부 경영이나 소통은 문제 없을 줄 알았는데 소통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많아 놀랐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인사청문회에서의 저자세도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척하면 척'과 이번 정부의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통화정책 관련 발언을 예로 들었다. 

'예스맨'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그는 이날 경제 현안에 대해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과거에는 정책과 관련한 제언을 당국에 하는 것은 부담스러웠다"며 "하지만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하는 일은 미룰 수 없는 과제이므로 앞으로는 경제 현안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총재가 한은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과거 금리 인하 등에 비추어 업계에서는 이를 인정하는 시각이 많지 않다"며 "다만 이 총재가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는 만큼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