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는 지금] 中 도시 거버넌스의 모세혈관 ‘사구(社區)’
2018-03-27 17:36
상하이 바오신구, 온라인 공간 활용해 기층 주민과의 직접 소통 강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업무보고에서 ‘함께 만들고, 함께 관리하며, 함께 나누는(共建共治共享)’ 사회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 나갈 것을 약속했다.
특히 시 주석은 “사구(社區) 거버넌스 체계 건설을 강화해 정부 운영과 사회 조정, 주민자치 간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렇다면 시진핑 주석이 사회 거버넌스의 주축으로 강조한 ‘사구’란 무엇일까?
개혁·개방 이전까지 중국공산당은 도시 주민들이 소속된 직장, 이른바 단위(單位)를 통해 각종 경제·사회적 혜택을 제공했다.
일정한 단위에 소속된 노동자는 종신 고용이 보장되었으며 생활에 필요한 각종 재화와 서비스를 지원받았다. 이런 단위 체제는 개인과 직장, 국가가 긴밀히 결부된 구조였다.
이로 인해 단위의 해체가 급속도로 진행됐고, 국가와 사회를 연결하는 단위의 기능을 대체할 기제로 부상한 것이 ‘사구’인 것이다.
사구 내부에는 다양한 행위자들이 존재한다. 당국 행정 권력을 대표하는 ‘가도판사처(街道辦事處)’와 거주권 기준으로 성립된 주민들의 자치조직 ‘주민위원회(居民委員會)’, 주택소유자 조직인 ‘업주위원회(業主委員會)’ 등이 있다.
이 밖에 사구 내 서비스 조직과 주민 중 대표를 선출해 구성하는 주민대표대회가 있다.
사구 거버넌스는 이런 다양한 행위자들 간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분쟁을 최소화하고,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주민자치(居民自治) 실현을 핵심 목표로 한다.
그러나 주민과 사구, 주민과 주민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도시화율과 사회 유동성이 높아짐에 따라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소속 직장을 기초로 하는 단위와 달리 거주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사구에서 이웃은 낯선 타인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최근 상하이(上海)에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포털사이트 등 온라인 공간을 활용한 주민과 주민, 주민과 사구를 연결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온라인 공간을 활용한 사구 거버넌스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확대 보급에서 비롯된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CNNIC)의 보고에 따르면 중국 내 인터넷 이용자 수는 8억명에 달했고, 인터넷 보급률 역시 55.8%에 이른다.
50%에 달하는 도시 주민이 스마트폰을 이용할 만큼 스마트폰 보급률 또한 상당히 높다. 스마트폰 사용자 중 70%가 매일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모바일 앱을 적극 활용한 바오산(寶山)구의 사구 거버넌스는 이동통신망에 대한 높은 접근성을 바탕으로 주민 참여를 꾸준히 독려한 결과가 빚어낸 긍정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상하이 바오산구는 ‘사구통(社區通)’이라는 플랫폼을 출시한 지 1년여 만에 약 33만 가구, 43만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실명 가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사구통’이란 모바일 앱 형태로 제작된 사구 미디어 플랫폼이다.
바오산구 주민들은 해당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민원을 제기할 수 있고, 지역 주민사회 간부들은 민원을 수시로 점검해 보다 빠른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처럼 ‘사구통’은 지역 행정의 정밀화를 돕고, 주민과 주민 간의 소통을 촉진하기도 한다.
사구통 소통 게시판을 통해 주민들은 사구 내에서 진행 중인 다양한 취미, 동호회 소식 등을 공유하고 전파해 상호 교류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실제 노년층들은 사구 내 활동을 통해 생활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주민들은 '사구통' 앱을 활용해 엘리베이터 설치, 생활 시설 개선, 분리수거 시행 등 사구 업무와 관련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종의 여론이 생성되고 주민과 주민의 관계는 타인과 가까운 낯선 이웃에서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함께 행동하는 생활공동체의 일원으로 재정립된다.
그뿐만 아니라 긴급 공지 기능을 활용해 사구 내 불상사를 예방하는 일도 늘어나는 추세다. 사구통을 통한 소통만으로 이웃집의 화재를 조기 진압하고, 길 잃은 치매 노인의 귀가를 돕는 등 일화가 전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