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주인' 자리놓고 타이어뱅크 vs 더블스타 '뜻밖의 韓中전'

2018-03-27 15:37
-타이어뱅크, 금호타이어 인수전 뛰어들며 혼란 가중
-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 재차 표명

벼랑 끝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금호타이어에 '변수'가 등장했다. 금호타이어 자율협약 마감 시한을 불과 사흘 앞두고다. 유력 인수 후보였던 중국의 타이어 제조사 '더블스타'에 이어 한국의 타이어 유통전문 기업인 '타이어뱅크'가 뛰어 들어면서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30일까지 금호타이어 노조가 해외 매각과 자구안 계획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 청산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변수의 등장으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 타이어뱅크의 등장, 막판 '변수' 되나

'타이어, 신발보다 싼 곳'이란 슬로건으로 유명한 타이어뱅크는 금호타이어 인수에 나설 것을 27일 공식화했다. 타이어뱅크는 현재 국내 400개 매장을 운영 중인 국내 유일 타이어 유통 전문 기업이다. 1991년 창립 이후 2003년 타이어뱅크를 법인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4월 공시한 2016년 말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타이어뱅크의 2016년 매출은 3729억원, 영업이익 664억원, 당기순이익 272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다. 인수자금 확보 방안은 물론 향후 투자계획 역시 명확치 않다. 사업 운영 능력이 부재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타이어뱅크의 현재 총 자산은 3639억원이다. 이 중 현금성자산은 192억원. 하지만 금호타이어 인수 금액은 6500여억원이다. 모든 자산을 인수 금액으로 투입해도 2860여억원이 모자란다.

총 자산 3000억원대의 타이어뱅크가 과연 자신보다 훨신 기업 규모가 큰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달리는 이유다.

금호타이어 의수의지 밝히는 타이어뱅크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뛰어든 타이어 유통업체 타이어뱅크의 김정규 회장이 27일 대전 서구 상공회의소에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 인수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2018.3.27 youngs@yna.co.kr/2018-03-27 10:29:11/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타이어뱅크를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채권단에 (타이어뱅크를) 담보로 제공하면 채권단 차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타이어뱅크 지분을 93%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도 모두 김 회장 일가의 소유다. 더구나 타이어뱅크의 최대 주주인 김 회장은 현재 80억원 규모의 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기업공개(IPO) 승인을 내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평가다.

이날 그는 글로벌 기업 두 곳의 공동 인수제안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금호타이어 한국 공장을 맡아준다면 경영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제의를 해외 글로벌 기업 2곳으로부터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장 오는 30일 2조원 가량의 차입금 만기 시점을 고려하면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것은 시간상으로 불가능하다.

앞서 산은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2조원 가량의 차입금 만기를 지난해 말에서 이달 30일로 연장했다. 기업 인수를 위해서는 실질 실사 등을 거쳐야 하는데, 이 기간만 2~3개월가량 소요된다. 결국 채권단이 다시 차입금 만기 연장해야 하는데 이를 의결하기 쉽지 않다.

◆ 산업은행 "타이어뱅크, 현실성 없어"

산업은행은 이날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를 밝힌 데 대해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채권단에 공식적으로 관련 제안이 들어온 바 없고, 매출액 등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인수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더블스타로 매각을 확정해 놓고 노조와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산업은행 입장에서 갑자기 금호타이어 인수를 공식화한 타이어뱅크는 '논외'라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며 "공식 경로를 통해 제안이 들어오면 그때 생각해 볼 일이다"고 말했다.

또 인수 제안이라고 모두 수용하지는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만약 현대자동차가 인수 제안을 했다면 진지하게 검토하겠지만, 타이어뱅크는 현실적으로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차이융썬 더블스타 회장 역시 이날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그는 '금호타이어 직원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서신을 통해 △금호타이어의 독립 경영 보장 △더블스타와 금호타이어의 공통 협력 발전 추진 △금호타이어가 노조, 직원들과 체결한 합의사항 존중 등을 거듭 약속했다.

이번 서신은 지난 23일 금호타이어 일반직 대표단이 차이융썬 회장과 면담에서 요청한 내용의 회신이다.

더블스타 회장 "노조 기다리겠다" (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는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차이융썬(柴永森)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연 방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3.22 seephoto@yna.co.kr/2018-03-22 15:54:10/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차이융썬 회장은 "한국의 1500여명의 관리, 영업, 연구직을 대표하는 '금호타이어 일반직 대표단'으로부터 더블스타가 대주주가 되기를 희망하는 뜻에서 요청 사항을 전하는 글을 받았다"며 "더블스타와 저에 대한 일종의 신임과 기대, 향후 발전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발혔다.

차이 회장은 "반드시 눈부신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지역경제에 더욱 큰 공헌을 하며, 더 나아가 세계 최고의 타이어 기업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금호와 더블스타의 합작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고, 전 세계 타이어산업 발전에 중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호타이어 노조는 타이어뱅크 인수전 가세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그동안 줄곧 해외매각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노조 측은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매각을 원점부터 재검토 해야 한다"며 "(자금조달 계획 등) 인수능력의 검증 과정을 거친 후 노동조합도 협조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더라도 금호타이어 노조가 중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에 반대할 경우 법정관리 절차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6일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이달 30일이 마지막 시한이기 때문에 (노조와의 면담 등) 최후의 시도를 한 것"이라며 "이 시한이 지나면 상장폐지·법정관리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