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옥중조사' 거부…검찰 향후 수사 '난항'

2018-03-26 17:03
검사와 수사관들 구치소서 2시간 설득 후 귀가
MB 조사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 없어

110억원대 뇌물 수수와 34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명박 전 대통령이 26일 검찰의 첫 구치소 방문 조사를 끝내 거부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설득한 후 추후에 조사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가 ‘정치보복’을 이유로 수사를 거부하고 있어 앞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이날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이 전 대통령은 오후 2시부터 신봉수(사법연수원 29기)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을 비롯한 검사와 수사관들의 구치소 방문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이에 조사관들은 오후 1시 20분께 구치소에 도착, 이 전 대통령이 수용된 1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신 부장검사는 12층 독거실에서 2시간 가량 이 전 대통령을 설득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오후 3시 20분께 발걸음을 돌렸다. 검찰 관계자는 "동부구치소에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이 전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했다"며 "추후 다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이날 오전 서울 대치동 '법무법인 열림'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 거부 입장을 예고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의논 끝에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며 "검찰이 구속 후에도 비서진을 비롯한 주변인들을 끊임없이 불러 조사하고 일방적인 피의사실도 무차별적으로 공개하는 상황에서는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고 검찰의 추가 조사에 응하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검찰은 첫 조사에서 자동차 부품 업체 다스의 차명보유 의혹과 경영비리 의혹 등을 중심으로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신 부장검사가 그간 다스 지분의 소유관계와 경영비리 의혹 등을 중심으로 수사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 중 대부분이 '다스=이 전 대통령'을 전제로 두고 있어 수사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이 조사를 거부하면 현재 검찰로서는 강제할 수단이 없다. 혐의 입증을 위해선 이 전 대통령을 제외한 관련자 진술 및 증거 조사를 더욱 보강해야 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도록 충분한 설득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만 밝혔을 뿐, 향후 재판까지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검찰 조사를 거부한다는 것이지 재판 거부까지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