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매파' 볼턴, 북미 정상회담 변수될까
2018-03-25 16:56
‘슈퍼 매파’로 꼽히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백악관 안보수장에 오르면서 역사적 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법을 찾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볼턴은 대북 선제공격 옹호자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내정자는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을 여러 차례 주장한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꼽힌다. 부시 초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으로서 북한·이란·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공개 지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볼턴 내정자는 이달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북미회담 수용 소식 이후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대화 제의는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시간벌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교적인 방법을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포기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무척 요원한 얘기"라면서,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을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공포심과 정비례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관측통들은 볼턴의 기용이 북미 대화를 중재하면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찾는 한국의 입장을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라인을 매파 일색으로 채우고 있는 탓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후임으로 대북 강경파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임명했다.
◆5월 이란 핵협상, 북핵 함의에 주목
현지 매체들은 5월 결정될 이란 핵협정의 운명이 북미 정상회담이나 북한의 비핵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하여 이란 핵합의를 비판해 온 볼턴이 발탁되면서 이란 핵협정이 더 위태롭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오는 5월 12일 이란 핵협정의 파기 여부를 결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제한, 일정 기간 후 자동 파기되는 일몰조항의 폐지 등을 포함시켜 재협상하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외교 소식통은 WSJ에 “미국이 '핵동결'에 가까운 이란 핵협정을 파기한다면 그것은 북한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협상을 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면서, "이 경우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외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 전 정부의 결정을 쉽게 뒤집는 나라와 어떻게 협상을 하겠냐는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필립 고든 미국외교협회 선임 연구원은 20일 시카고트리뷴 기고를 통해 이란 핵협정이 북한 핵 프로그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위험한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급박하게 준비되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란 핵협정 파기를 선례로 북한으로부터 핵포기를 받아내려는 것은 '오산'이라면서, 북한과의 핵 관련 협상은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