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내홍·바른미래 인재난…6·13 지선 앞둔 보수야권 '지리멸렬'
2018-03-22 17:30
한국당 4선 이상 중진들 “홍준표, 서울시장 출마할 결기 보이라”
바른미래, 안철수 복귀에도 지지율 침체…劉·安 갈등설도 ‘솔솔’
바른미래, 안철수 복귀에도 지지율 침체…劉·安 갈등설도 ‘솔솔’
6·13 동시지방선거를 80여일 앞두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권이 지리멸렬 위기다. 한국당에선 22일 홍준표 대표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비홍(非洪) 중진의원들이 견제를 시작했다,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의 복귀에도 오히려 정당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
한국당 소속 이주영·나경원·유기준·정우택 등 4선(選) 이상 중진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홍 대표에게 전달할 요구안을 정리했다. 이 의원은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홍 대표가) 아주 모멸감을 주는 언동을 통해서 우리 동지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말들을 하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말했다. 앞서 홍 대표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비홍 중진의원들의 비판을 겨냥해 “한 줌도 안 되는 그들이 당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 반성하지도 않고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은 이제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이날 간담회 직후 △공석이 된 최고위원직 보임 및 최고위 개최 △지지율 높일 대책 제시 △언행을 진중하게 할 것 △인재영입 전력투구 등 네 가지를 요구했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로 당을 이끌었던 정우택 의원은 “본인 호불호에 따라서 사람을 선정한다든지 이래선 안 된다”며 “서울시장 선거도 인재를 못 구하면 본인 스스로 나갈 수 있다는 결기를 보여줄 때 이번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압박한 것이다.
홍정욱 헤럴드 회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홍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을 시도한 인사들이 모두 고사한 상황이다. 이렇다 할 후보를 찾지 못한다면 홍 대표 서울시장 출마 요구는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광역자치단체장 공천을 놓고 잡음까지 일고 있다. 홍 대표의 측근이었던 이종혁 전 최고위원이 지난 19일 부산시장 공천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남경필 경기지사 공천에 반발한 박종희·김용남 전 의원 등도 홍 대표 비판에 가세했다.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홍 대표의 위치가 위협받는 것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6·8공구 1조원대 특혜 의혹을 제기한 1호 영입인사 정대유 전 인천시 시정연구단장에 대한 논란도 생겼다. 공직선거법상 출마를 원하는 공무원은 선거일 90일 전(15일) 사퇴해야 한다. 정 전 단장은 지난 14일 인천시에 사직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아직 수리가 되지 않았다. 바른미래당은 사직 신청서를 제출한 날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는 입장이지만, 당선이 된다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소·고발 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 위원장이 복귀를 했음에도 당 지지도는 오히려 떨어졌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정당 지지도(tbs의뢰·19~21일 조사·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의 지지도는 지난 주 대비 1.1%p 하락한 5.9%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승민 공동대표와의 갈등설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앞서 유 공동대표는 안 위원장 스스로 인재영입위원장을 원했다고 밝혔지만, 안 위원장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에 답했다”고 밝혔다. 일종의 신경전을 벌인 셈이다. 안 위원장 측은 유 공동대표가 안 위원장을 ‘삼고초려’ 하는 상황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공동대표는 안 위원장을 위촉한 직후인 18일 미국을 방문했다. 남북 정상회담·북미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어보고 오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9일 “광역자치단체장이나 또는 언론에서 관심 가질만한 분들은 지도부랑 얘길해야 한다. 양 대표들이 오셨을 때 함께 의논하려 한다”고 말했던 안 위원장으로선 답답한 노릇이다. 유 공동대표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힘 빼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6·13 지방선거 결과에 사활이 걸려있다. 홍 대표는 이미 지방선거에서 6곳을 사수하지 못할 경우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생명이 걸려있다. 극심한 내홍 끝에 통합한 바른미래당도 지선에서 결과를 내야 대안정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보수야권이 침체를 극복할 것인지, 혹은 ‘소멸의 길’로 갈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