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던 김정은도 살린 ‘위성우 매직’…“‘퇴물’ 소리도 들었는데”
2018-03-22 14:13
21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과 청주 국민은행의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경기 종료 1분여를 남긴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크게 앞서면서 사실상 우승이 확정적이었다. 이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한 선수. 김정은이었다. 벌써 눈물을 펑펑 흘리며 코트를 뛰고 있었다. 프로 데뷔 12년 만에 첫 우승을 눈앞에 두고 복받치는 감격을 참지 못한 울음이었다.
김정은은 올 시즌이 그 누구보다 특별했다. 2006년 신인 전체 1순위로 부천 KEB하나은행의 전신인 신세계에 입단한 뒤 지난 시즌까지 하나은행에서 뛰었던 김정은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전까지 우승은 한 번도 없었다. 대부분 하위권에 맴돌았고, 최근 2~3년간 무릎 부상에 시달리며 선수 생명의 위기까지 찾아왔다. 우리은행으로 이적은 선수 생활의 마지막 도전이었다. 심지어 챔피언결정전을 마친 뒤 무릎 수술 날짜도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정은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14점 4리바운드, 2차전에서 18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고비 때마다 팀을 승리로 이끄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마지막 3차전에서도 승부처에서 8점을 집중시켜 우리은행의 3연승 통합 챔피언을 이끌었다.
이어 김정은은 “우리은행으로 옮기면서 ‘한물간 선수’라거나 ‘퇴물’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정말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그런데 이렇게 우승에 MVP까지 차지하니 더 기쁜 것 같다. 한창 잘 나갈 때 우승했다면 이렇게 기쁘진 않았을 것”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위 감독은 지난달 24일 세상을 떠난 부친을 떠올리며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마지막으로 선물을 주신 것 같다”며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이었기 때문에 더욱 우승이 간절했던 한 해였다”고 의미를 담았다.
위 감독은 MVP 김정은보다 팀 최고참 임영희를 먼저 챙기는 세심함도 놓치지 않았다. 위 감독은 “사실 김정은이 아니었으면 오늘 임영희가 MVP라고 생각한다. 김정은을 영입하면서 선수들이 김정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더 우승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 고마웠다”며 “김정은도 역할을 잘했지만 임영희, 박혜진이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가능했다. 또 오늘 MVP를 김정은이가 받았지만 임영희나 박혜진이 서운해 하지 않을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래서 우리 팀이 잘 되는 것”이라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