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개헌 통과" 중국 관영언론 찬양일색

2018-03-12 10:52
인민일보, 신화통신, 환구시보 등 관영언론 '개헌' 적극 지지
"민족부흥 위한 강력한 헌법 보장 제공"
"서방정치체제는 악의꽃 피워내"

개헌안이 11일 전인대에서 통과됐다는 내용이 게재된 당기관지 인민일보 3월12일자 1면.


"민족부흥을 위한 강력한 헌법 보장 제공하다."<인민일보>
"신시대로 용감히 나아갈 헌법 토대를 단단히 세우다."<신화통신>
"중국 개헌은 서방정치체제에 맞출 필요는 없다."<환구시보>

중국 관영언론들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할 개헌안이 통과된 것을 적극 지지·찬양하고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11일 국가주석 임기 3연임 이상 금지 조항 폐기,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과 공산당의 영도 조항 헌법 삽입 등 내용을 담은 개헌안을 99.8%%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관영 신화통신은 11일 평론에서 이번 개헌을  "중국 헌법발전사의 중요한 이정비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과정의 역사적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평론은 "현행 헌법 개정은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이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를 견지·발전시키는 전략적 관점에서 내린 중대한 정책 결정"이라며 "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고, 국가통치 체제 현대화를 추진하기 위한 중대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시대적 흐름이며, 당심과 민심이 바라는 것"으로 "'두개의 백년(兩個一百年,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1년, 건국 100주년인 2049년)' 목표와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과 중국 꿈을 실현하기 위한 강력한 헌법적 보장"이라고 전했다.

당기관지 인민일보도 12일 이례적으로 사론(社論)을 게재해 "중국특색 사회주의가 신시대에 진입한 것은 중국 발전의 새로운 역사적 좌표라며 중국 헌법은 당이 인민을 영도해 중국특색 사회주의 실천 발전시켜나감에 따라 헌법도 반드시 부단히 완비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론은 "헌법의 권위를 수호하는 게 당과 인민의 공동 의지 권위를 수호하는 것이다. 헌법의 존엄성을 수호하는 게 당과 인민의 공동의지 존엄을 수호하는 것이다. 헌법의 시행을 보장하는 게 인민의 근본적 이익 실현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시 주석의 발언을 인용해 개헌의 정당성을 부각시켰다. 

사론은 "헌법 전문엔 '잔치라이(站起來·떨쳐일어나다)'에서부터 '푸치라이(富起來·부유해지다)', '창치라이(强起來· 강대해지다)'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여정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실천은 국가기본법에 휘황찬란한 페이지를 남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론은 "새 장정에 돌입해, 신 신대로 용감히 나아가고, 국가기본법으로서 헌법의 권위를 지켜 헌법이 역할을 잘 발휘할 수 있게 한다면 중국특색 사회주의 길은 더욱더 넓어지고, 우리는 중화민족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꿈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12일 사평에서 개헌을 비판하는 서방 언론에 쓴소리를 날렸다.  중국이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 임기를 폐지한 것을 두고 서방 언론들이 시진핑 장기집권, 혹은 종신집권이 가능해졌다며 독재 운운하는 것에 반박한 것이다. 

사평은 중국 개헌을 서방정치체제와 비교하는 일부 서방 인사들을 겨냥해 이들이 두 가지 사실을 고의로 회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첫째는 개헌이 중국 발전 내부 필요에 따른 것이고, 둘째는 인민 행복의 원천은 단결과 안정으로, 이것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닌 당중앙 영도가 필요하다는 걸 중국인들이 다 아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사평은 그러면서 "개발도상국에 서방국 정치체제를 도입하면 변질돼 '악의 꽃'을 피워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평은 "중국이라는 이렇게 커다란 사회가 장기적으로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굴기한 것은 축하할만한 일"로 "중국의 길이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항상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영도를 지지해왔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평은 "중국이 오늘날 직면한 중대한 문제들은 대부분이 독특한 것들로, 중국의 주요 현상은 서방정치학에서 해석할 수 없는 것"이라고 중국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계속해서 성공하기 위해선 중국의 지혜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중국 특색의 사상과 제도적 성과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언론이 찬양일색인 반면 중국 내부적으로는 개헌 반대 여론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며 당국은 이를 차단하고 있다.

홍콩 주류언론인 봉황망(鳳凰網)에 지난 7일 올라온 “한표 한표 모두 역사가 지켜볼 것’이라는 제목의 사설이 개헌안 표결을 앞두고 삭제된 게 대표적이다. 11일 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사설은 “한순간 여론에 휘말려 표결에 따른 책임을 잊지 말고 투표할 것을, 역사가 지켜보는 눈을 기억하며 투표할 것"을 강조하며 사실상 대표들의 개헌안 투표에 신중을 요구했다.

마오쩌둥의 비서를 지낸 전 공산당 중앙조직부 상무부부장 리루이(李銳)도 11일 홍콩 명보 인터뷰에서 "중국인은 개인숭배의 길로 흐르기 쉬운데 마오쩌둥에 이어 시진핑이 이러한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 비판적 지식인 다이칭(戴晴) 작가, 중국과학원 원사 허쭤슈何祚庥) 등도 온라인을 통해 개헌안 반대에 목소리를 냈다. 또 개헌안이 시대에 역주행한다는 의미로 ‘역주행(开倒車)’이라는 제목의 풍자 동영상도 온라인에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반대 목소리는 중국 당국에 의해 곧바로 차단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