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헬조선에서의 천국…맥신코리아 대표 한승범

2018-03-09 09:35

맥신코리아 대표 한승범


현대소설의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만약 천국이 있다면 도서관 같은 곳일 것(I have always imagined that Paradise will be a kind of library)’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역으로 하면 ‘만약 지옥이 있다면 책 안 읽는 세상일 것’이다. 지하철을 타면 책 읽는 사람을 거의 발견할 수 없다. 대부분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다. ‘헬조선’이 따로 없다.

필자는 5년 전까지 일 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었다. 시간이 나면 인터넷이나 TV에 빠져 살았다. 뇌가 점점 작아져 활자를 읽는 능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알퐁스 도데의 ‘황금 뇌를 가진 사나이’처럼 뇌가 없어져 결국 죽음에 이른 것 같았다. 이런 상황이 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2015년도 해외 주요국의 독서실태 및 독서문화진흥정책 사례 연구(연구책임자 김은하)’를 보면 왜 ‘헬조선’인지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독서율은 74.4%로 OECD 평균(76.5%)에 비해 크게 차이가 없다.

하지만 진짜 독서율이라 할 수 있는 습관적 독자(매일 혹은 일주일에 몇 번 책을 읽는 사람)의 비율이 25.1%에 불과하다(OECD 평균 40.1%). 헤밍웨이의 나라 미국은 47.1%이다.

이것을 산술적으로 인구 대비 습관적 독자를 계산하자. 한국은 1250만 명에 불과한 반면 미국 1억5322만 명의 습관적 독자가 있다. 무려 13배 차이이다. 한국과 미국의 국내총생산(GDP)도 정확하게 13배 차이가 나는 것은 우연일까? 어떻게 미국이 세계 패권국이 되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보르헤스는 왜 도서관을 천국에 비유했을까? 독서가는 비독서가에 비해 더 잘 살고, 더 교육을 많이 받는다는 통계가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공한 사람 중에 책을 멀리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독서가는 행복하다. 책에서 진리를 깨닫고, 책에서 위안을 받으며, 책을 통해 가르침을 받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5년 동안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해, 지금은 일 년에 100권에서 200권 가량의 책을 읽고 있다.

인류에 자그마한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매일 글을 쓰는 생산적인 활동도 하고 있다. 누군가 필자에게 인생 상담을 요청할 때 단호하게 거절한다. 인터넷에는 얼치기 멘토들이 달콤한 말로 삶에 지친 청년들을 위로한다. 이런 것은 '장님이 장님에게 길 안내' 하는 것과 같다.

반면에 책을 통하면 세계 최고의 지성들이 길을 밝혀준다. 최고 갑부 빌 게이츠가 돈 버는 방법을, 영국 최고의 현자 윈스턴 처질이 지성을, 최고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가 인간의 마음을 알려 준다.

인간은 누구나 황금 뇌를 가질 수 있다. 책과 접속하는 순간 비계덩어리에 불과한 뇌가 황금으로 바뀐다. 사실 인간은 독서에 최적화되도록 진화되지 않았다. 그만큼 독서를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비독서가가 독서가로 바뀔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알려주겠다.

1. 책을 사지 마라. 어릴 적 세계문학전집을 산 기억이 있는가? 보기만 해도 질려서 책을 싫어하게 만든다. 사람은 잡은 물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 법이다. 책을 사지 않고 도서관이나 지인에게 책을 빌리면 ‘희소성의 덫’이라는 심리에 빠진다. 기간 내에 책을 안 읽으면 책 읽는 기회를 박탈당하니 열심히 읽게 된다. 빌린 책을 읽고 좋으면 그때 사도 늦지 않는다.

2. 까페에서 책을 읽어라. 누구나 과시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SNS에 뽀샵 사진과 해외여행 사진을 올리지 않는가? 자기 과시욕 중 가장 멋진 것이 지적 허영심이다. 멋진 이성이 있는 까페나 천국(도서관)에서 폼 잡고 책을 읽으면 얼마나 멋져 보이겠는가? 어려운 원서도 술술 읽힌다. 기생충박사 서민 교수는 이렇게 해서 멋진 아내와 결혼까지 했다고 하니 미혼자는 꼭 시도해 보기 바란다.

3. 만화책을 읽어라. 전술했듯이 인간의 뇌는 독서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 처음 독서를 시작할 때는 만화로 된 고전이나 쉽고 재미있는 책을 읽으며 활자와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렇게 자꾸 책을 읽다보면 뇌에게 ‘주인이 책을 좋아한다’란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책벌레가 되어 있을 것이다. 뇌과학의 가르침이다.

4. 책 가정교사를 둬라. 서울대생 가정교사가 옆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면 얼마나 좋겠는가? 마찬가지로 비독서가는 우선 책 읽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고영성 작가의 '어떻게 읽을 것인가',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책은 도끼다', 장석주 작가의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등과 같은 책사용설명서가 훌륭한 가정교사가 되어 줄 것이다. 특히 초보자에게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책 잘 읽는 방법’이 첫 번째 가정교사로 적당하다. 일단 책이 얇다. 내용이 아주 쉽고 친절하고 명쾌하다.

5. 약으로 병을 고치듯이 독서로 마음을 다스린다. -율리우스 카이사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