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오너家 남매, 1조원 소송 끝에 ‘결별’
2018-03-08 18:16
전문경 삼양USA 대표와 북미 라면 공급권 놓고 충돌
43억 합의금 주고 계약 해지…‘불닭볶음면’ 인기에 사이 틀어져
43억 합의금 주고 계약 해지…‘불닭볶음면’ 인기에 사이 틀어져
대주주가 남매 관계인 삼양식품과 삼양USA가 북미 영업권을 놓고 1조원대 소송을 벌인 끝에 계약을 해지하기로 합의했다.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 대박으로 흑자전환 한지 2년 만에 남매 간 협업 관계가 깨졌다.
삼양식품은 8일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 라면 제품 공급권을 맡아왔던 삼양USA와 계약을 완전히 해지했다고 밝혔다.
앞서 삼양USA는 2016년 5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00년 배급계약’ 위반을 이유로 삼양식품에 1조원 규모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의 중재절차에 따라 삼양식품은 삼양USA와 410만달러(약 43억8208만원)에 합의했다. 합의금 액수는 삼양식품 2016년 결산 기준 자기자본의 563.2%에 해당하는 규모다.
삼양식품은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2011년 계약 조건에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처음 계약 당시 IMF라는 시대적 상황과 가족관계라는 특수성 때문에 삼양식품에 불리하게 조건이 작성됐다는 이유다. 삼양USA가 계약 조건을 수정하지 않겠다며 완강하게 나오자, 삼양식품은 2013년 북미 현지 업체와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 다만 삼양USA와 현지 업체의 비중을 7대 3 정도로 조절해 병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병행 공급 방식이 한동안 유지되다가,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삼양USA도 생각이 달라졌다. 삼양식품이 현지 업체와 병행 계약을 체결한 3년 뒤인 2016년에서야 계약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015년 적자전환한 삼양식품이 이제 막 흑자로 돌아선 해였다. 특히 해외 수출액 비중은 2014년 7.1%에서 2015년 10.6%로 증가했다. 2016년에는 25.9%로 폭발적으로 늘었고, 2017년에는 그 두 배 수준인 43.9%를 기록했다. 이에 삼양USA는 당초 독점이었던 북미 영업권 계약을 다른 업체와 나눌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계약관계는 끝났지만, 전인장 회장의 누나인 전문경 대표는 삼양식품 최대 주주 가운데 한 사람으로 남아있다. 삼양식품 최대주주 지분율은 전 회장이 대표로 있는 내츄럴삼양 33.26%, 전 회장 부인인 김정수 총괄사장 4.33%, 전 회장 3.13%, 전인성씨 1.99% 등 총 47.3%다. 전문경 대표는 0.27%를 보유하고 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삼양식품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 예고했다. 2016년 5월 피소당했을 당시 이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벌점과 함께 제재금이 부과될 수 있다. 부과벌점이 5점 이상이면 지정일 당일 1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삼양식품은 2003년에도 수시공시 불이행으로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을 받아 하루 동안 매매거래 정지 처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