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걷히는 사드 먹구름…韓기업 기대감 '솔솔'

2018-03-07 03:02
롯데월드 공사재개, 지방정부 승인만 남아
베이징현대 내방객 사드 이전 수준 회복세
中민심 동향 촉각, 15일 '소비자의 날' 주목

롯데가 3조원을 투자해 중국 선양에 건설 중인 롯데월드 조감도. [사진=롯데 제공]


한·중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이 촉발된 이후 한국 기업들이 겪던 어려움이 최근 들어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

중국 선양의 롯데월드 건설 재개는 지방정부의 최종 승인만 남았고, 현대차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의 지점을 찾는 내방객 수도 사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추세다.

◆완연한 훈풍, 롯데·현대차 등 수혜 전망 

6일 베이징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가 랴오닝성 선양의 롯데월드 공사 재개를 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가 선양에 3조원을 투자해 백화점‧영화관‧테마파크 등을 조성하는 롯데월드 건설 프로젝트는 한·중 사드 갈등이 본격화한 2016년 11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한국 정부가 롯데 소유의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최종 결정한 뒤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지난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사드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고 중국 측도 점진적으로 화답하는 모양새다.

이 소식통은 "중앙정부가 공사를 다시 시작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안다"며 "랴오닝성 정부 등 현지 당국의 최종 승인을 거쳐 올봄부터 공사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이 고조되면서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피해를 입은 현대차도 올해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베이징현대 관계자는 "지점을 찾는 중국인 내방 고객 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들이 체감하는 반한 감정도 많이 잦아든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드 갈등 여파와 별개로 중국 자동차 시장의 경쟁 격화 등을 감안해 올해 판매 목표치를 다소 보수적인 90만대로 잡았다"고 덧붙였다.

◆"산업구조 개선 계기 삼아야" 지적도

삼성SDI와 LG화학이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차별 정책도 상반기 중 부분적으로 해소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장 진입 장벽을 높였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사드 갈등에 따른 보복 조치라기보다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보호주의 성격이 강하다는 주장도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시장으로 성장하고 자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삼성과 LG 제품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돼 왔다"며 "사드 갈등은 빌미를 제공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 한국 단체관광을 신청할 수 있는 지역을 베이징과 산둥성으로 제한하는 조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방한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지만, 여행 산업의 체질 개선에 나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한 중국 소식통은 "이른바 '깃발부대'로 불리는 대규모 단체관광이 줄고 10명 이하의 소규모 자유여행이 증가하는 등 중국인의 해외여행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며 "깃발부대를 한국 면세점에 몰아넣어 수익을 올리는 전략은 이미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지적했다.

중국 측의 사드 보복 해제 조짐이 감지되면서 한국 정부도 양국 경제협력 관계 정상화를 위해 전방위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는 "올해 상반기 광둥성에 이어 하반기에도 한·중 우호주간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민심의 향배는 오는 15일 '소비자의 날'을 거치며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소비자의 날에는 중국 관영 CCTV의 고발 프로그램에 다수의 한국 제품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에도 소비자의 날을 앞두고 롯데 등 한국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불매 운동이 벌어져 긴장이 고조된 바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나 제품이 거론될지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난해보다는 분위기가 좋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