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농업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농정대상을 농업인에서 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또 주요 과제 실천에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단독으로 해결하기보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 농정 추진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안전한 먹거리, 쾌적한 농촌 공간 등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 관심사항을 실현하기에는 현재의 농업‧농촌 상황이 어렵다"며 "국민적 합의와 이해를 통한 국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농업정책은 ‘구조조정 농정체계에서 지속가능 농정체계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정신을 반영, 농업계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농업인 소득‧삶의 질 우선 △건강한 먹거리 제공 △공익적 가치 창출자로서 농업인 위상 재정립 △경제‧사회‧환경적 가치 제공의 다기능 농업 구현 등 과거 농업발전계획과 다른 새로운 시대변화를 반영한 농정철학을 담고 있다.

그러나 예산확보와 주무부처 업무 범위 등의 제약이 뒤따르고, 농업인 요구사항 등으로 이러한 개혁과제가 그대로 반영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한계를 극복하고 정부의 농업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농업계의 인식전환과 농정비전 공유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소득안정 등 농업인 관점만이 아니라, 국민의 관심사항인 안전한 농산물 공급과 아름다운 농촌 건설 등에 초점을 맞춘 농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적절한 환경 기준이 강화되고 식품안전‧농촌환경 보전을 위한 기준 강화, 농업행위에 대한 환경‧사회적 책임 강화 등을 적극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장기와 단기 과제를 구분해 실천력 담보를 위한 과감한 재정개혁과 정책사업 구조개편 필요성도 요구했다.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도 중요하지만, 기존 보조사업을 재편해 새로운 재원을 확보하는 등 재정개혁‧사업구조 개편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농업인의 요구에 기반한 단기적 대안 모색에 머물지 않고 중장기 개혁적 과제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단계적 로드맵이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자원 배분을 왜곡하는 다양한 형태의 정부 정책 지원사업(보조금‧정책금융)을 최소화하는 구체적 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앙부처 중심’의 일하는 방식 재편 필요성도 역설했다.

농식품부는 △국민‧사회를 위한 농정과제 △먹거리 안정 △복지서비스 △농촌 삶의 질 제고 △쾌적한 농촌 구현 등 주요 과제를 맡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제는 범부처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게 김 선임연구위원의 판단이다.

그는 “다양한 지역의 변화를 발굴해 지역 중심으로 지역의 자구 노력에 의한 농업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성과 지역 주체(농업인, 주민 등)의 창의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분권과 협치를 중시하는 농정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농정 기조와 패러다임 설정만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 로드맵의 설정과 관련해 유럽과 우리나라의 차이를 명확히 하고,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적절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럽은 이미 유럽연합(EU) 차원의 식량(곡물)의 안정적 확보 기반을 마련하고, 대부분의 나라들이 전업농업인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이후 다기능농업 패러다임(지속가능 농정체계)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식량의 안정적 확보 기반이 마련되지 못했고, 전업농업인 체제로의 전환도 충분하지 못한 상태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다기능농업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로드맵을 차별화해 실행력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