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안은 산은①] 한국GM에 혈세 투입?.."고통분담 없인 안돼"

2018-02-26 19:00
내달 초부터 실사 시작...경영 정상화·정부 지원 범위 확정 목표
대주주 차등감자 가능성 높아...지방선거 앞두고 정치권 변수로

GM의 한국시장 철수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미 화두가 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정무위원회 국감 당시 카허 카젬 사장은 한국GM 철수설에 대해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확답을 거절했다. 그리고 얼마 후 한국GM에 대한 산업은행의 비토권(자산 처분 거부권)이 만료됐다.

결국 한국GM이 우리 정부에 자금 지원을 요구한 것을 두고, 산은이 후속 조치를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산은은 지분 17.02%를 보유한 한국GM의 2대 주주다.

이에 대해 산은은 한국GM에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국GM의 경영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2016년 경영컨설팅, 지난해 10월 주주감사 등을 제안했지만 모두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동걸 회장이 한국GM에 직접 요청 사항을 전달했지만 무시당했다. 

이후 GM은 아무 회신 없이, 대주주인 산은과 논의를 거치지도 않고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GM 본사가 빌려준 대출금 3억8000만 달러는 이미 회수해 간 뒤였다.

산은은 다음 달 초부터 한국GM에 대한 실사를 시작한다. 한국GM을 둘러싼 여러가지 의혹을 먼저 해소해기 위해서다.

산은 관계자는 "한국GM과 실사 합의서에 넣을 문구를 최종 합의 중이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한국GM이 실사에 충실히 임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정부는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실사 후 조속히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방안과 그에 따른 정부 지원 범위 등을 확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방안은 조건부 지원에 따른 대주주 차등감자다. 차등감자는 부실 책임을 따져 대주주 지분만 감자하는 것을 가리킨다. 과거 현대상선이나 대우조선해양에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할 때 요구해 왔던 내용이다. STX조선해양과 금호산업 구조조정 때도 대주주 지분을 100대 1로 차등감자했다.

그러나 아무리 지원 규모를 줄여도 혈세가 투입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국민들의 공분를 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여기에는 한국GM의 귀족 노동조합에 대한 반발심도 작용했다. 이들은 신입사원 채용 시 노조원 자녀를 우선하고, 파업으로 공장이 움직이지 않아도 월급의 70%를 받아가는 등 과한 복지후생을 누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자금 투입 규모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노조의 고통 분담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한국GM이 이같은 철수를 미끼로 자금 지원을 계속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자동차 시장에서 GM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어차피 '밑빠진 독에 물 붓기'일 것이란 판단이다. 실제 GM이 2013년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하면서 2012년 22만대 수준이었던 생산량은 지난해 3만4000대로 줄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도 변수로 꼽힌다. 군산공장을 재가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역에서 제기 중이고,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은 이를 쉽게 무시할 수 없다. GM은 이 점을 노려 창원공장의 경쟁력 저하도 운운하고 있다.

산업 구조조정의 실질적 권한이 금융위원회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간 가운데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국가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궁극적으로 군산공장까지 포함해 살려야 된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산은은 일단 실사에 집중하고, 정부와도 긴밀하게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산은 관계자는 "어떤 결정을 내리든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며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