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고랭지밭에서 ‘이상호 났다’…스노보드 새 역사 쓴 ‘배추보이의 기적’
2018-02-24 15:46
이상호는 24일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키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네빈 갈마리니(스위스)에 0.43초 늦게 결승선을 통과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상호는 뒤늦게 꽃이 핀 선수다. 스노보드 불모지 한국에서 최악의 환경을 딛고 올림픽 무대에 우뚝 섰다. 강원도 정선군 출신의 이상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훈련 장소가 없어서 고향 사북읍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썰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며 올림픽의 꿈을 키웠다. 그래서 ‘배추 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사북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스노보드 알파인에 입문했다. 이상호는 18살이던 2013년 국제스키연맹(FIS) 캐나다 대회 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2014년 FIS 세계주니어선수권 준우승, 2015년 같은 대회 우승을 이뤄내 평창올림픽 메달 기대주로 떠올랐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기량도 일취월장했다. 세계랭킹도 2013-2014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85위→50위→26위→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번 시즌은 현재 월드컵 랭킹 10위에 올랐고, 지난해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2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3월 터키에서 열린 FIS 월드컵에서 준우승하며 역대 한국인 월드컵 최고 성적을 작성했다.
메달 획득이 달린 운명의 4강에서 얀 코시르(슬로베니아)와 맞붙은 이상호는 불리한 블루코스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이상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초반 코시르에 조금 뒤처졌지만, 막판 레이스에서 대역전극를 펼치며 마지막 결승선을 간발의 차이로 먼저 통과했다. 불과 0.01초 차이로 따낸 결승행 티켓이었다.
한국 스키에 첫 메달을 안긴 이상호는 대한스키협회가 주는 올림픽 은메달 포상금 2억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