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 백철기로 이어진 진실 공방…문제는 빙상계 파벌?

2018-02-21 16:33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에서의 팀워크 논란에 휘말린 김보름 선수와 백철기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이 지난 20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뜨거워진 여론이 식을 줄을 모른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의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이 사과 및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상황은 더 악화됐다. 왕따 스캔들은 빙상계 파벌을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이며 관련 내용을 비중 있게 전달했다.

21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내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동 브리핑에서는 외신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영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인 인사이드더게임스 기자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대표팀과 관련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민 청원이 35만명을 돌파했다"며 IOC의 공식 의견을 물었다.

이에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이 사안은 대한빙상연맹이나 대한체육회가 조사할 사안이다"고 답했다.

왕따 스캔들은 팀추월 경기에서 김보름, 박지우만 먼저 들어오고, 노선영은 큰 격차로 뒤처진 채 경기를 마치면서 불거졌다. 세명이 모두 결승선을 통과해야 하는 팀추월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여기에 김보름과 박지우의 인터뷰 태도가 논란을 더 키웠다.

영국 공영방송 BBC와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이미 국내 언론을 인용해 이 스캔들을 보도했다.

BBC는 지난 19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에 출전한 김보름(강원도청), 박지우(한국체대)가 경기를 마친 후 인터뷰에서 노선영(콜핑팀)을 비난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보름이 20일 기자회견에서 논란에 대해 사과했지만, 스폰서인 네파의 후원 계약은 갱신 없이 이달 말로 끝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국민 청원 내용도 알렸다. 해당 청원은 경기 당일인 19일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 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21일 오후 3시 반 현재 50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했다.

USA투데이도 평창동계올림픽을 강타한 왕따 스캔들이란 내용으로 상세하게 다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빙상계 파벌 싸움이 재조명되고 있다. 선수 간 불화로 간주하기에는 빙상계 내부의 파벌이 너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는게 주된 반응이다.

김보름, 이승훈(대한항공) 등 일부 선수들이 특정인의 비호 아래 한국체대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는 제보가 올림픽 시작 전부터 나온 것은 물론, 대표팀 선발 규정에 파벌을 적용해 여론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빙상계 파벌은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당시 가장 심하게 드러났다.

당시 선수들은 남녀 대표팀이 아닌 한국체대와 비 한국체대 출신으로 나뉘어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와 진선유의 활약으로 파벌 논란이 수면 아래로 잠시 가라앉았다.

논란은 2014년 소치에서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노메달에 그치면서 다시 확산됐다. 3관왕에 오른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 배경이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때문이라는 안현수 아버지의 발언이 논란을 불렀다. 전 부회장은 2014년 3월 자진 사퇴했다.

다만 이번 파벌 논란은 성격이 다르게 나타났다. 같은 파벌에서도 자신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다툼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사퇴 후 3년 만인 지난해 2월 다시 영입된 전명규 부회장과 이를 반대하는 세력의 반목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 부회장의 복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국체대 출신 선수들의 특혜 훈련을 주장하기도 했다. 집행부 구성에 있어 우위를 점하려는 욕심이 싸움의 배경이다. 결국 피해는 선수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4년마다 되풀이된 파벌 문제는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면 금세 잊혀졌다. 빙상 종목 팬들은 근원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며 자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