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여제’ 이상화는 혼신의 힘을 다해 500m를 달린 후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흘릴 수 있는 눈물이었다. 이상화는 자신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금메달보다 더욱 큰 감동을 줬다.

이상화는 18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ｍ 단판 레이스에서 37초33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고다이라 나오(일본)가 36초94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카롤리나 예르바노바(체코)가 37초34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2006 토리노대회에서 처음 올림픽에 참가한 이상화는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2연패에 성공했고, 2013년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세계기록 36초36도 세웠다. 아쉽게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년·1992년·1994년)에 이은 역대 올림픽 두번째 500ｍ 3연패 달성에 실패했지만 이상화는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선수다.

고다이라는 이상화 직전인 14조 인코스에서 출발해 예르바노바와 경기를 펼쳤다. 100m 기록 10초26을 마크한 고다이라는 36초94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 기존 기록은 이상화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 세운 37초28이었다.

고다이라가 올림픽 기록을 세우는 것을 본 후 15조에서 고 아리사(일본)와 레이스를 펼친 이상화는 아웃코스에서 출발했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출발은 고다이라보다 빨랐다. 100m 기록 10초20으로 고다이라보다 0.06초 앞섰다. 하지만 결승선에서는 고다이라보다 늦었다. 레이스를 마친 후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던 이상화는 은메달이 확정된 후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이후 고다이라에게 다가가 축하의 인사를 건네며 포옹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2014년 6월 총회를 통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부터 500ｍ 경기 방식을 기존 1, 2차 레이스에서 단판 레이스로 변경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대표팀은 전체 1위로 준결승에 올라섰다. 이승훈-정재원-김민석이 호흡을 맞춘 대표팀은 이날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3분39초29의 기록으로 8개 출전팀 가운데 가장 좋은 기록으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준결승 2조에서 이탈리아(3분41초64)와 레이스를 치른 한국은 16바퀴를 도는 레이스를 침착하게 이어갔다. 첫 바퀴를 17초68로 마친 한국은 이후 13초09에서 13초84사이로 반바퀴 랩 타임을 끊었다. 2014 소치올림픽 팀추월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승훈은 맏형 역할을 하며 팀을 이끌었다. 한국은 준준결승에서 4위를 차지한 뉴질랜드(3분41초18)와 21일 오후 준결승전을 치르게 됐다.

준준결승에서 2위를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 네덜란드(3분40초03)는 3위 노르웨이(3분40초09)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경기 직후 이승훈은 “생각보다 편안하게 경기를 운영했고 1위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러나 준결승에 간 것뿐이다. 결승에서도 좋은 기록을 낼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승훈은 “하루에 준결승, 결승이 모두 열린다. 준결승에서 최대한 체력을 안배하며 결승에 올라야 한다. 결승에서도 전력 투구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