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 무산] ​호반건설, 대우건설 인수 포기…3000억 해외 손실 ‘결정적’

2018-02-08 14:08
"해외사업 우발 손실 등 고려해 인수 작업 중단 최종 결정…재협상 여지 없어"
앞서 본입찰에 호반건설 단독 참여...향후 매각작업 장기화 우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대우건설 본사 전경. [연합뉴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공식 철회했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예상치 못한 해외 손실이 드러나자 무리한 인수라는 판단 하에 인수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서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장기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호반건설은 8일 “내부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해외사업의 우발 손실 등 대우건설의 현재와 미래 위험 요소를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했고 결국 인수 작업을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이날 오전 산은에 인수 절차 중단 의사를 전달했다.

호반건설의 인수 포기 결정에는 전날 대우건설 연간 실적발표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4분기 대규모 해외 손실이 발생한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올해 초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장기 주문 제작한 기자재에 문제가 발견돼 다시 제작에 들어간 데 따른 3000억원의 잠재 손실을 반영했다.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호반건설은 인수·합병(M&A) 담당자 등이 전날 오후 산은 담당자를 만나 해당 내용을 자세히 파악한 뒤 이를 김상열 회장에게 보고했고, 김 회장은 숙고 끝에 인수 포기라는 결정을 내렸다.

특히 호반건설은 이번에 드러난 대우건설의 모로코 손실 이외에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국내외 잠재 부실 등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껴 인수 포기라는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과 대우건설이 인수 관련 양해각서(MOU)나 주식매매계약(SPA) 등을 체결하지 않아 인수 포기에 따른 법적 책임 등은 없는 상황이다.

호반건설의 한 관계자는 이날 “전날 대우건설 해외 손실 발생에 대한 해명 등을 듣기 위해 M&A 담당자들이 산업은행을 찾아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해 산은과의 재협상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호반건설이 지난달 31일 대우건설 인수자로 선정된 지 9일 만에 손을 떼기로 하면서 산은의 대우건설 매각 작업에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 단독으로 응찰해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호반건설은 당초 이달 중 MOU를 체결한 뒤 현장 정밀실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해외 손실이 대거 반영된 점을 이유로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힘에 따라, 산은은 당분간 재매각 절차 돌입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앞서 진행한 본입찰에 호반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할 만큼 시장에서의 관심이 저조한 가운데 추가 부실 우려까지 나오면서 산은이 당분간 대우건설 매각 작업을 미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이미 2016년 3분기 보고서에 대해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는 등 부실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며 “호반건설의 인수 포기에 따라 대우건설 부실 우려가 더 부각된 만큼, 현재로서는 다른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