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제2의 이라크가 될 것인가?"…평창올림픽 앞두고 긴장 높이는 美
2018-02-04 15:45
"연두교서 통해 북한 위협 강조"…빅터 차 낙마 속 대북 군사옵션 가능성 ↑
오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미국의 대북 발언이 강경해지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달 말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의 낙마 소식이 전해진 이후 대북 군사옵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평창올림픽을 통해서 대북관계에서 '좋은 성과'가 있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연두교서의 내용을 비롯해 정부 주요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 채택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美 "방어만 하지는 않는다"·· ·핵태세 보고서 北 언급 크게 늘어
미국 국방부는 2일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를 발표했다. 미국은 보고서에서 비핵 공격의 대상이 될 경우에도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다고 예고한 가운데, 북한과 관련해 ‘정권의 종말’까지 언급하며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2010년 이후 8년 만에 나온 보고서는 북한을 미국과 그 동맹들에 대한 명백하고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정하면서, 미국과 동맹에 대한 북한의 공격은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2일 기자들과 만나 '핵 태세 검토 보고서'에 이어 '탄도미사일 방어 검토 보고서'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어떤 축구팀도 수비 플레이만 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는 같은 날 "북한에 전략적 인내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알리러 간다"고 말한 마크 펜스 부통령의 메시지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대북 정책에 있어 보다 적극적이며 공세적 정책을 취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이날 매티스 장관은 지난 1일 뉴욕타임스(NYT)가 백악관과 국방부가 대북 군사옵션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고 보도한 데 대해 사실과 다른 보도라며 반박했다. NYT는 보도를 통해 백악관이 더 많은 대북 군사옵션들을 내놓을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국방부는 이에 대해 미적거린다고 전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NYT는 여전히 자사의 보도가 틀리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연두교서와 빅터차 낙마로 커진 우려
미국의 대북 정책이 군사옵션을 포함한 강경책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분석은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와 빅터 차 주한 미대사 내정자의 지명 철회가 함께 맞물리면서 더욱 힘을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설명에 연두교서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미 본토를 타깃으로 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임박했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들은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 발표했던 연두교서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연두교서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위협'을 강조한 것은 예방적 공격을 하기 위한 사전 장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여기에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의 주한 미국대사 지명이 철회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은 더욱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빅터 차의 낙마 배경에는 이른바 코피(bloody nose) 작전이라고 불리는 군사 옵션에 대한 반대가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북한에 대한 위협적인 발언을 꾸준히 해왔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또 '화염과 분노'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북한과 협상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주장하기도 하면서 한반도 주변에서 미국의 군사적 자산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전의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도발을 이어가는 시기에 나온 것이라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의 분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최근의 강경 발언들은 더욱 민감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미국 예일대의 한국학 강사로 일한 바 있으며 현재 온라인매체 '코리아 엑스포제'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구세웅 대표는 알자지라에 보낸 기고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과연 북한을 공격하려는 미국을 막을 능력이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면서 "북·미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오고 싶어하지만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