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액면 분할] 개미들 홀릴 ‘50대 1 마법’… 국민株 삼성 시대 열었다

2018-01-31 20:47
매입 부담 줄어 투자자 저변 확대·주가부양 촉매제
코스피 저평가 해소 도움…중장기 효과는 미지수

삼선전자가 50대 1 액면분할을 발표한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대금이 증권시장이 개장된 1956년 이래 최대치인 약 2조7천400억원을 넘어섰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황제주 삼성전자가 주식 액면가를 50대1로 쪼개 국민주로 거듭난다. 액면분할은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통 큰 결단을 내린 덕에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31일 삼성전자 주가는 0.20% 오른 249만5000원을 기록했다. 한때 270만7000원까지 뛰기도 했다. 거래대금은 3조3238억원으로 상장 이래 가장 많았다.

물론 액면분할은 기업가치와 무관하다. 액면분할 마법이 중장기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주가 부양 촉매제 기대

그야말로 깜짝발표다. 그간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액면분할 요구가 많았다. 삼성전자 주가가 200만원대를 한참 넘어 일반 투자자들의 심리적 접근성이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요구가 있을 때마다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일반 주주가 많아지면 경영권 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삼성전자는 액면분할을 택했다. 이번 액면분할에 대한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은 ‘주주가치 제고 조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앞으로 3년 동안 잉여현금흐름의 최소 5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해마다 9조5000억원 수준의 배당 지급을 골자로 하는 '2018∼2022년 주주환원 정책'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증대에서 더 나아가 액면분할을 주주환원 정책에 추가한 것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저변 확대와 유동성 증대 효과 등으로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개미도 삼성전자 살 수 있어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특히 삼성전자가 통상적인 액면분할인 10대1을 훌쩍 상회하는 ‘50대1’ 비율을 택하면서 시장의 반응은 한층 뜨겁다. 주가는 50분의1로 낮아지는 대신 주식 수는 50배 증가한다.

250만원 수준인 삼성전자의 주당 가격이 5만원대로 떨어진다. 주식 발행 총수는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기준 1억2838만6494주에서 64억1932만4700주로 늘어난다.

물론 기존 주주의 보유 지분율 등에는 변동이 없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이 시가총액 증가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식을 사기 어려웠던 개인 투자자에게는 주주친화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증가는 주가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쉽다.  2016년 3월 7일 10대1의 액면분할을 결정한 롯데제과도 관련공시를 전후로 강세를 이어갔다.

◆그대로인 기업가치 염두에 둬야
 

삼선전자가 50대 1 액면분할을 발표한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대금이 증권시장이 개장된 1956년 이래 최대치인 약 2조7천400억원을 넘어섰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효과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기업의 액면분할이 실적이나 재무건전성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반도체 담당 기업분석부장은 “액면분할은 오래갈 재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5년 3월 3일 액면분할을 결정한 아모레퍼시픽이 대표적이다.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액면분할 전 38만8400원에서 이후 8거래일 만에 42만8000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이후 제자리로 돌아왔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액면분할 재상장을 마친 36개 기업(합병 및 상장폐지 2개사 제외) 중 26개(72%) 기업의 주가는 액분 효과를 제대로 못 봤다.

도현우 연구원은 “주식분할을 결정한 삼성전자는 여전히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가 명확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삼성전자 주가 흐름의 중요한 점은 경영 전략에 대한 확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가 부양을 위해선 주주 환원 정책과 함께 수익성 개선을 반드시 담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