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 “게임처럼 재미있는 재활훈련”

2018-01-26 03:00
환자들 지루한줄 몰라 큰 효과
AI 적용 ‘라파엘’ 다양한 감각자극으로 훈련 효율성 높여
‘CES 혁신상’ 2연속 수상 등 해외서 인정…법인 설립 속도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가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를 끼고 있다. 라파엘 스마트 글로브는 이 회사의 첫 제품이다. [사진=네오펙트 제공]]


“재활로봇 ‘라파엘’은 개개인에게 맞춤형 재활 훈련을 제공합니다. 여기에 재미를 더하고 가격은 합리적으로 책정했죠.”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40)는 자사 대표 제품인 라파엘이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재활로봇도 재미있고 저렴하게···AI 적용 ‘라파엘’ 개발

재활로봇은 새로운 개념의 의료기기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개발되어 팔리고 있다. 하지만 대체로 크기가 크고, 가격도 억대에 이를 정도로 비싸다. 반 대표는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접하고 쓸 수 있는 재활로봇에 관심을 가졌다. 2010년 6월 회사를 세우고 이를 현실화하는 데 나섰다.

“공학자는 공학적인 의미를 중시하는 반면 소비자는 ‘가격 편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최고의 기술을 제시하는 데만 머물러선 안 되죠. 많은 업체가 크고 무거운 제품을 개발할 때 우리는 가볍고 저렴한 장비를 만들자고 생각했죠.”

네오펙트의 첫 제품은 2014년 12월 내놓은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다. 야구 글러브처럼 손에 껴서 사용하는 이 제품은 게임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들었다. 게임을 통해 중추신경계(뇌·척수) 질환으로 움직임이 둔해진 손가락과 손목, 아래팔의 기능 회복을 돕는다. 야구공 잡기·낚시하기·오렌지즙 짜기·카드놀이 등 40여개 게임이 들어있는데, AI로 현재 상태에 가장 적절한 게임을 제공한다. 국립재활원 임상연구를 통해 효과도 입증했다.

지난해 8월 출시한 ‘라파엘 스마트 페그보드’도 기존과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 만들었다. 페그보드는 원형기둥·네모·세모 등 다양한 형태와 길이를 지닌 페그를 손에 쥐는 방식으로 손재활을 돕는 기기다. 보통 나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반면 라파엘 스마트 페그보드는 63개 발광다이오드(LED)와 센서가 페그를 꽂는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게임도 순발력이나 성취감, 집중력 등 훈련 목적에 따라 30여개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내장 스피커를 통해 게임 진행 내용을 음성과 효과음으로 알려줘 청각적인 자극도 준다.

반 대표는 “나무 등으로 만든 아날로그 페그보드를 쓰는 환자는 재활 훈련 시간을 매우 지루해한다”면서 “이를 게임화하니 환자들이 훨씬 흥미롭고 즐거워하며, 훈련 효율성도 올라갔다”고 말했다.
 

네오펙트의 ‘라파엘 스마트 페그보드’. 이달 미국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사진=네오펙트 제공]


◆‘CES 혁신상’ 2년 연속 수상···미국·유럽 시장 확대

네오펙트 제품은 해외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첫 제품인 스마트 글러브는 지난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피트니스·스포츠·바이오테크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CES는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행사다. 같은 해 도요타의 미래형 콘셉트카, LG전자의 벽지TV, 바이두의 가정용 로봇 등과 함께 미국 언론사 CNN이 선정한 ‘CES 가장 멋진 제품 14종’에도 뽑혔다.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선정한 ‘혁신챔피언상’도 받았다.

올해 CES에선 뇌졸중과 치매 환자용 5개 재활 의료기기(라파엘 스마트 글러브, 라파엘 스마트 페그보드, 라파엘 스마트 키즈, 라파엘 스마트 보드, 라파엘 컴커그)의 가정용 제품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라파엘 스마트 페그보드가 피트니스·스포츠·바이오테크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CES를 주최하는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는 이 제품이 AI로 환자의 재활 훈련 자료를 분석, 현재 가장 필요한 훈련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라파엘 스마트 페그보드는 단계별로 8개 게임으로 구성된다. 환자에게 적절한 목표를 제시하고, 움직임이 부족한 부분을 훈련할 수 있게 돕는다. 게임 중에도 AI가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파악해 난이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훈련에 흥미를 느끼고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넷플릭스처럼 취향에 맞는 게임을 추천해주는 것도 특징이다.

현장 반응도 뜨거웠다. 반 대표는 “CES를 찾은 전 세계 바이어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면서 “해외 유명 언론에도 소개되고, 개인 환자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CES 전시 이후 미국 법인에 들어오는 문의도 평소보다 40% 정도 늘었다.

척수손상 환자의 손 기능을 보조해주는 ‘네오마노’ 프로토타입(시제품)도 시선을 끌었다. 네오마노는 손마비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손을 사용할 수 있게 돕는 웨어러블(입는) 형태의 로봇 손이다. 시제품임에도 미국 정보과학통신(ICT) 전문매체인 엔가젯이 선정하는 ‘베스트 오브 CES’의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척수손상 환자가 네오펙트 전시부스에 직접 찾아와 체험한 뒤 좋은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네오펙트는 해외 소비자 공략을 위해 해외법인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에는 2015년 4월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 미국 지사를 세웠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의료기기 시장이다. 미국 지사는 설립 이듬해 시카고 노스웨스턴대가 운영하는 세계적인 재활병원인 시카고재활병원(RIC)과 미국 재향군인부(DVA)에 납품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6년엔 독일 뮌헨에 유럽 지사를 설립했다. 뮌헨은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인더스트리 4.0’이 태동한 도시다. IBM의 ‘왓슨 사물인터넷(IoT) 글로벌본부’가 여기에 있다. 반 대표는 “앞서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건 제품 우수성을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한 것”이라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반 대표처럼 의료기기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로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서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4100억 달러(약 438조원) 수준이던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21년 5500억 달러(약 58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 대표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환자를 중심에 두라”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기기는 일반 소비자가 아닌 아픈 사람과 그 가족을 위한 것”이라면서 “이분들의 마음과 상태, 어려운 부분을 이해하며 인간 중심적인 기술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환자 중심의 관점에서 생각한 기술을 접목해 제품을 개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