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하 교수 “중국의 1국2체제, 결국 홍콩 정체성 소멸시킬 것”
2018-01-24 17:23
ACCI 트랜스차이나 특강 '정체성의 충돌 : 중국-홍콩체제'
중국-홍콩 기득권 세력 만남으로 하위주체 고통
양자 시민 계급 성장에 미래 달려
중국-홍콩 기득권 세력 만남으로 하위주체 고통
양자 시민 계급 성장에 미래 달려
“‘중국-홍콩체제’를 더욱 정확하게 표현하면 홍콩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중국의 작용과 홍콩의 대응이라고 해야 한다.”
류영하 백석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는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사단법인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에서 열린 '트랜스차이나 특강'에서 ‘정체성의 충돌 : 중국-홍콩체제’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류 교수는 이날 일본 철학자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의 제국주의 개념을 응용해 ‘중국-홍콩체제’를 분석했다.
그러나 류 교수는 고진의 프레임을 빌려 중국과 홍콩의 어제, 오늘 상황이 어떤 ‘체제’로 정의될 수 있는지, 또 어떤 정의 내리기를 지향하고 있는지에 주목하면서 양자 간의 관계를 조명했다.
그는 1997년 홍콩 주권이 정치적인 조치로서 중국에 반환됐지만 이후에는 홍콩 경제가 주권의 영구적인 반환을 가늠하는 가장 용이하고 실질적인 증거가 됐다고 풀이했다.
류 교수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홍콩이 이미 중국이라는 제국의 판도나 자장(磁場) 내에 포섭당한 것처럼 보인다”며 홍콩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 ‘유커(遊客)’를 예로 들기도 했다.
홍콩 주권 반환 당시 홍콩 외국인 관광객 중 22.1%를 차지한 유커의 비중은 지난 2016년 75.5%로 급증하며 홍콩 주요 산업인 관광업의 핵심이 됐다.
하지만 대륙 유커의 대거 유입은 분유 파동, 중국 임산부의 홍콩 원정 출산 등 홍콩인들의 생활 불편을 야기하면서 중국과 홍콩 간 감정의 골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류 교수는 현재의 ‘중국-홍콩체제’를 ‘나쁜 중국’과 ‘나쁜 홍콩’의 만남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주권 반환 이후 중국과 홍콩 상황을 보면 이른바 ‘국가’와 ‘민족’이라는 프레임 속에 ‘중국식 자본주의’와 ‘홍콩식 자본주의’가 상호 이해관계를 돈독히 하는 과정”이라며 “모든 상황이 중국과 홍콩 재벌 간 거래의 결과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주권 반환 이후에도 중국 기득권 세력이 홍콩의 기득권 세력과 결탁해 이익을 얻는 상황이 지속돼 하위주체가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류 교수는 ‘중국-홍콩체제’를 홍콩의 지리적 측면으로도 분석했다.
류 교수는 “일본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멀리 있었기에 아시아답지 않게 근대화가 가능했다는 분석이 있다”며 “서방국가인 영국의 변경이자 아시아인 중국의 변경에 있는 홍콩의 지리적 조건이 현재의 홍콩을 만들어냈다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를 근거로 홍콩의 암담한 미래를 우려했다. 중국의 적극적인 경제일체화 추진이 중국 대륙과 붙어있는 홍콩의 정체성을 점차 소멸시켜 홍콩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류 교수는 “이런 측면에서 바다 건너 멀리 떨어진 대만은 유리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류 교수는 ‘중국-홍콩체제’의 관건이 중국과 홍콩 양자의 시민 계급의 성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과 중국의 거대 자본 결탁으로 홍콩에는 주인 의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홍콩 시민은 자아를 찾아가는 단계인 ‘사춘기’로 분류된다”며 “일각에선 홍콩의 민주화를 위해선 중국 시민 계급의 성장과 중국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부연했다.
류 교수는 홍콩 '우산혁명'이 홍콩 시민성을 높이는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산혁명을 계기로 홍콩 내 건전한 시민기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건전한 시민기구가 사회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관점에서 우산혁명은 실패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ACCI와 한국외대 대만연구센터 제18차 포르모사포럼이 공동기획한 ‘트랜스차이나 특강’은 중국대륙뿐만 아니라 홍콩, 대만, 싱가포르에서 더 나아가 해외 화교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중국의 모습과 이들 간에 일어나는 역동적인 상호작용 등에 주목하고자 개설됐다.
임대근 ACCI 대표는 “문화로서의 중국 안팎에서 교차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주목하고자 한다”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 홍콩과 대만의 문제이기 때문에 ‘트랜스차이나 특강’ 첫 주제로 ‘홍콩’을 선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