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현주소] ② 대한민국은 블록체인 '걸음마' 중
2018-01-22 00:05
업계 역시 두 개념은 반드시 분리돼야 하며, 블록체인이 앞으로 비트코인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를 증명하듯 국내 민간기업들은 블록체인을 물류·의료·유통·제조 등의 산업으로 적용을 시도하며, 우리나라는 지금 블록체인 기술의 태동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아직까지 이 '신뢰의 기술'은 피부에 와 닿는 결과들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나, 국내 블록체인 시장은 지난 2016년 211억원에서 오는 2021년에는 2316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금융부터 물류·공공·의료분야까지··· '블록체인'을 넣어라
블록체인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역시 금융분야다.
최근 삼성SDS는 국내 시중은행이 거래 장부를 나눠 보관하는 은행연합회 공동인증 프로젝트를 수행, 오는 7월까지 전체 은행에서 블록체인 공동인증 서비스 상용화에 나섰다. 즉, 고객들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등록된 하나의 인증서를 은행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은행마다 로그인이나 등록을 해야 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현재 글로벌 대형 금융사 네트워크를 거쳐 이뤄지는 해외송금 서비스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송금시간 단축은 물론 수수료까지 절반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 스트리미는 '스트림와이어' 서비스를 개발, 지난해 4월부터 해외송금 시 보내는 곳에서 가상통화로 전환해 수신지에 보내면, 수신지에서 비트코인을 현지통화로 바꾸는 절차가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보험금 청구에 블록체인이 적용되면 '자동청구'가 가능해진다. 교보생명은 보험 가입 시 블록체인에 진료기록 송부 승인 정보를 기록, 병원과 보험사가 실시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환자들이 기존 실손의료보험을 청구할 때 진료기록 사본과 보험금청구서를 보험사에 제출하던 과정 중 진료기록 사본 처리가 자동으로 가능해지면서, 스마트폰 앱으로 보험사로 보내야 할 진료기록들을 선택하면 보험금 청구 접수를 모바일로도 할 수 있게 됐다.
금융 외 블록체인 혁신이 활발한 곳은 물류분야다. 대표적으로 삼성SDS는 물류분야 첫 적용 대상으로 해운물류에 집중해 블록체인으로 관련 서류를 공유하고 위·변조를 차단,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성과를 내놨다. 현대상선, 남성해운, SM상선 등 38개 민·관단체 참여 컨소시엄의 수출 물량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험 운항은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고, 현재는 실제 현장으로 적용하기 위한 구체화 단계에 돌입했다.
SK㈜ C&C는 이 분야에서 SK텔레콤과 손잡고 사물인터넷(IoT) 전용망 '로라' 등을 활용해 물류 데이터를 공유·관리하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물류 데이터를 중앙에서 관리하던 기존 방식과는 달리 선주나 육상 운송업자, 화주 등 물류 관계자가 개인 간 네트워크로 물류정보를 공유·관리할 수 있도록 한 기술이다. 화물의 컨테이너별 위치는 물론 온도·습도 등의 정보도 실시간으로 자동 수집되며 관계자 전원에게 공유되고, 인위적인 개입은 모두 차단해 시간과 비용의 절감효과를 도출해낸 상태다.
가장 최근에는 보안 절차 중 '골칫거리'로 여겨지던 액티브X를 대체할 수 있는 블록체인 전자인증 플랫폼 개발이 시작됐다. 삼성SDS가 공공분야에 적용하는 이 블록체인 플랫폼은 공인인증서의 불편함도 씻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이 확대되면 학위·경력·성적 등 증명서 발급 서비스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금융·공공 서비스 등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의료 정보를 공유, 환자가 병원·보험 등과 정확한 진단과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도 블록체인이 활용될 예정이다. 메디블록이 현재 개발 중인 이 서비스가 병원에 적용되면, 환자는 여러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 불필요한 중복 검사를 진행하거나 진료기록 발급을 위해 여러 병원을 다니는 번거로움이 사라질 수 있으며, 정확한 진료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
국내 블록체인 서비스 시장은 IT서비스 3사 등 대기업 위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로 기업들도 성급한 사업화보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기술을 안정화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외 선진 기업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국내외 비즈니스 환경에서 블록체인 활용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앞으로의 과제다.
김경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선임연구원은 "국내는 ICT기업과 핀테크 전문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시작했지만 해외 기업들과 비교할 때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와 금융권을 중심으로 국제 표준화 리더십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