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만점’받은 치매검사, 기자가 직접 풀어보니

2018-01-19 21:58

 아주경제 기자 A씨의 몬트리올 인지평가 답안지[사진=신수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만점’을 받았다는 시험이 있습니다. 몬트리올 인지평가(MoCA-K)입니다. 모카 (MoCA-K)검사라 불리기도 합니다. 경도인지장애를 판가름 하는 검사입니다. 경도인지장애는 일종의 치매증상의 신호로 인간의 사고능력 중 특히 기억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미국 내 최고의 병원으로 손꼽히는 메이요 클리닉은 이 장애를 지닌 사람들 중 매년 10~15%는 치매가 진행됐고, 6년간 약 80%의 환자가 치매로 발전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몬트리올 인지평가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알츠하이머 같은 인지 장애 여부를 가름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검사지는 물론 평가방법과 기준이 담긴 사항이 모두 한국어 등 55개 언어로 번역되어 공식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받아 볼 수 있습니다. 몬트리올 인지평가검사과정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몬트리올 인지평가를 몇몇 전문기관에 의뢰했습니다. 기자인 필자가 “당연히 ‘만점’을 받을 것이라“며 거절(?)당했습니다. 마감이 끝나고 지친 다른 동료 기자들에게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멘사 테스트에서 아이큐 150 이상을 받은 동료도 포함되었습니다.

만점을 받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30점 만점 중 최대 28점에서 24점을 기록했습니다. 23점 이상은 정상으로 간주합니다. 검사종료 후 체감난이도를 물었습니다. ‘중 하’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비의료인인 필자가 검사 지를 채점했기에 부정확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27.4점이 평균으로 알츠하이머 증상을 가진 환자는 보통 16점입니다.

백악관에서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건강검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가장 나이 많은 대통령으로 올해 71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후보시기에도 고령인 그의 건강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대통령의 건강이 국가의 안위와도 밀접하다 보기 때문이지요.

건강검진 결과 중 가장 눈길을 모은 것이 ‘몬트리올 인지 평가’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건강’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는 정신의학 관련 전문가 83명이 백안관 수석 주치의 로니 잭슨에게 서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건강진단을 강력히 권고했습니다. 언론인 마이클 울프가 자신의 저서 '화염과 분노: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초기 치매 혹은 의식 저하의 징조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매우 안정적인 천재’라고 말하며 ‘정신건강’ 이상설 진화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만점’짜리 검사성적표가 오히려 의혹을 키우는 모양새입니다. 뉴욕타임스, CNN 등 다수의 언론은 “몬트리올 인지평가 점수가 평균 27점이다”라며 여전히 의문을 제기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