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병원성 AI' 비상에도…철새 도래지 순천만 개방

2018-01-16 12:37

지난 12일 재개방된 전남 순천만 탐방로. 관람객들이 갈대밭 사이를 거닐고 있다. [사진=장봉현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남 전역에 이어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등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국내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인 순천만의 출입을 해제해 부실방역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방역망이 무너질 수도 있어 자칫 AI가 크게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순천시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12일부터 순천만 갈대밭 탐방로 출입 통제를 해제했다. 개방된 곳은 생태관과 탐방객이 갈대밭 사이를 거닐 수 있는 갈대데크, 용산 전망대 등이다. 순천만은 지난해 11월 고병원성 H5N6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출입이 전면 금지돼 왔다.

시는 "분변 채취 결과 21일 이상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면 개방할 수 있다는 환경부의 관리지침에 따라 개방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13일 순천만 일대에서 채취한 야생 조류 분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확인된 이후 53일째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말이면 수천명의 인파가 몰리는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바이러스가 번질 우려를 떨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 곳은 이번 AI 확산의 경로로 추정되는 국내 대표 철새 도래지로 만약 관람객들과 직접 접촉이 생기면 AI 방역에 큰 구멍이 생길 수도 있어 전국적인 차단방역 분위기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AI 감염 예방을 위해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AI는 주로 감염된 조류의 분변 등을 접촉함으로써 감염될 수 있다. 드물지만 오염된 먼지를 들이마셔 감염되기도 한다. 때문에 조류와 접촉할 수 있는 축산 농가, 철새 도래지 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등 차단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AI 확산이 유독 전남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지난 16일 기준, 전국의 AI 고병원성 확진 건수는 14건으로 전북 2건과 경기 포천을 제외하면 11건이 전남에서 발생했다. 전남도는 영암, 나주, 강진, 장흥, 고흥 등에서 81만2000여 마리의 오리를 살처분하고 방역과 일시 이동중지(Standstill) 명령 발동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일부 시민들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개방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방역당국과 축산 농가들은 밤잠을 못 자며 AI 대응에 집중하는 등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 방역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동제한 해제 등을 결정하기 때문에 강제할 수는 없지만, 순천시의 조치에 그저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매주 야생조류의 분변을 검사했는데 음성으로 나왔다"며 "순천만 인근의 상인 반발 등 지역경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개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역시설을 강화하는 등 감염차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