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 지성우교수의 헌법으로 읽는 정치와 인권-2018년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의 개편 현황과 전망
2018-01-15 15:50
I. 들어가는 말
2018년 새해 벽두부터 다양한 국내외의 소식들이 분주하게 날아든다. 외부적으로는 북한핵과 평창올림픽을 주제로 남북대화의 물꼬가 터졌고, 국내적으로는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열풍과 아울러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의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현행 1987년 헌법(9차 개정헌법)은 대통령의 직선제와 5년 단임제를 쟁취하는데 성공했지만 대통령에게 막대한 권력이 집중되는 시스템 하에서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세력, 혈연·지연을 이용해 대통령 주변에 가까워진 가족·측근들에 의한 국정농단과 부정행위가 정권마다 반복되어 왔다. 특히 최근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보다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
최근 여야는 2018년 1월부터 기존의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합하여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의 문제를 계속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문재인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2018년 3월까지 여야가 합의하여 개헌안을 도출해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덧붙여 만일 합의가 안 되는 상황을 예정하여 ‘국민이 공감 및 지지할 수 있고, 국회의 의결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내용으로 좁혀’ 정부안을 제정하여 6월 지방자치선거와 동시에 개헌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개헌논의를 서둘러 주기를 촉구하였다.
역사적으로 대통령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국면전환을 위해 꺼내들었던 것이 바로개헌카드일 정도로 현직 대통령에게 개헌문제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예를 들면 지난 2016년 미르·K스포츠재단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연계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은 박근혜 전대통령은 그해 10월 24일 국회시정연설을 통해 ‘임기 내 개헌의지’를 천명하였다.
하지만 바로 같은 날 오후 일부 채널을 통해 기사화된 ‘최순실씨 태블릿PC보도’로 인해 개헌의 문제는 국민들로부터 잊혀지기는 했지만 개헌문제는 여전히 정치권에서 휘발성이 매우 강한 이슈이다. 특히 권력구조 변경과 관련해서는 백가쟁명식의 견해들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고 있다.
지금은 박근혜 전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한 때와는 정반대로 정권초기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70%대로 고공행진 중이다. 따라서 문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개헌을 언급한 만큼 개헌을 위한 절차가 매우 신속하고 전면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II. 현행 1987년 헌법상의 권력구조의 문제점
1987년 헌법은 1987년 6·10 민주항쟁의 결과로 이룩해낸 한국 헌법사의 쾌거 중의 하나이다. 6·10민주화항쟁을 통해 그동안 국가권력에 의한 헌법파괴 또는 헌법침해행위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통하여 정상적인 민주법치국가가 이루어지게 되는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었다.
현행 헌법은 5공하국의 간접선거제, 영도적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대통령직선제와 5년 단임제를 골격으로 형성되었다. 이를 통해 지난 30년 간 헌정사상 최초의 정당 간 정권교체를 포함하여 수차에 걸쳐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룩하여 진정한 의미의 민주화를 완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하지만 1987년 헌법은 과거의 권위주의적 지배와 민주주의 실현에 장애가 되는 근본적인 정치적 제도들을 모두 수정하여 객관적으로 국민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정치체제를 형성하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과도한 대통령의 권력, 대통령의 임기 및 선거주기와 국회의원 임기 및 선거주기의 불일치, 국무총리의 지위와 권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관계, 대통령과 정당과의 관계 등에 있어 다양한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헌법의 문제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권한집중형의 한국형 대통령제
1987년 헌법 체계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대통령에로의 권력집중의 정도가 매우 높고, 권력분립의 정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국회의 견제가 실효성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헌법은 정부형태상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에서 대통령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경직되어 있는데 반해, 국무총리가 행정수반인 대통령을 대신해서 이러한 경직된 구조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는 매우 폐쇄적인 구조이다.
2. 여소야대시 대통령의 권한 약화
둘째, 헌법상 매우 막강해 보이는 대통령의 권한이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매우 제한된다는 점이다.
현행 헌법의 정부형태는 표면적으로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어 대통령의 권한이 매우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국회의 과반수가 대통령을 지지해야 한다는 대단히 엄격한 요건을 갖출 때에만 유효한 것이다. 즉 헌법 제49조에서는 “국회는 헌법 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가부동수인 때에는 부결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어 대통령이 속한 정당(소위 ‘여당’ 또는 ‘집권당’)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경우 대통령은 자신의 소신대로 정책을 집행하지 못하게 된다.
1990년 이후에도 역대 대통령들이 3당 합당, 야당 방해공작 및 매수, 야당의원의 영입 등 다양한 방법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국회 내에서 여당을 다수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것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민의를 왜곡하는 행위이자 민주주의의 근간과 정치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매우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당장 국정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법률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에 현행 헌법 하에서는 국민들의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어쩔 수 없이 여당을 다수당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3. 권한대행권자의 민주적 정당성 부재로 인한 권력의 불안정성
대통령의 궐위시 권한대행자, 권력승계자로서의 국무총리의 지위와 권한이 본래 의미의 고전적·미국식 대통령제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의 권력이 항상 불안정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현행 헌법상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헌법 제86조 제1항). 국무총리는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되지 않으며, 대통령과 국회의 간접적인 신임에만 기초하여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궐위나 사고가 있을 때 제1순위의 권한대행권자이다(헌법 제71조). 하지만 국무총리는 국민의 직접 선거에 의해 선출되지 않고 대통령에 의해 지명되기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이 부여되지 않아 박정희 대통령 유고시처럼 국무총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예를 들면 군부)에 의해 쿠데타 등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III. 2018년 개헌시의 바람직한 권력구조 형태
우리나라 대통령제의 많은 문제점 때문에 현재의 5년 단임제 권력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에는 대부분의 학자나 정치가들이 동의한다. 다만 현행 대통령제를 어떤 방식으로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1. 4년 중임제 대통령제
(1) 내용
현행 1987년 헌법 제70조에서는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대통령의 중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임기를 5년 단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헌법 제42조에 의하면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이다. 따라서 5년 임기의 대통령 임기만료일과 4년 임기의 국회의원의 임기만료일 간에 편차가 심하여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만일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되는 경우에는 대통령은 취임 즉시 레임덕 현상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은 미국처럼 대통령의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변경하여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와 업무개시 시기를 동일하게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2) 장점
이렇게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4년으로 동일하게 하고, 양자의 임기를 동시에 시작하게 하면 2년 후에 지방자치선거가 있게 된다. 지방자치선거를 미국에 있어서의 중간선거 개념으로 하면 대통령은 안정적으로 2년 정도 정국을 이끌게 되는 장점이 있다.
또한 4년 중임제는 역사적으로 본래의 미국식 대통령제와 유사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대통령제의 형태에도 부합한다.
대통령 4년 중임제는 지난 1948년 헌법에서부터 1969년 삼선개헌에 이르는 동안, 중간에 제2공화국 하에서 의원내각제 헌법이 채택되면서 잠시 삭제되었을 뿐 20여 년 간 계속 채택되어 온 제도이다. 다만 이에 만족하지 못한 대통령들이 장기집권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였기 때문에 민주주의원칙에 배치되는 대통령의 영구임기제도가 탄생한 것일 뿐이다.
이러한 역대 몇몇 대통령들의 잘못 때문에 1980년 헌법에서는 7년 단임을, 1987년 헌법에서는 5년 단임을 규정한 것일 뿐이지 5년 단임제는 어떤 논리적 근거도 없으며, 정부구성과 운영에 문제만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4년 중임제로 회귀하자는 것이다.
(3) 단점
4년 중임제 대통령제의 가장 큰 단점은 후기 4년 임기의 대통령은 5년 단임 대통령의 처지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초기 4년 동안은 재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지만, 막상 재임이 되고 나면 5년 단임제의 대통령이나 마찬가지로 다시 중임을 할 일이 없으므로 자기가 원하는 대로 국민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2. 이원집정부제
(1) 내용
이원집정부제(Double Executive)란 넓은 의미로는 대통령과 의원내각제를 변형시켰거나 두 제도의 일정한 요소들을 적절하게 혼합한 모든 정부형태의 집합적 개념이다.
반면, 좁은 의미로는 비상시에는 대통령이 행정권을 전적으로 행사하지만, 평상시에는 내각수상이 행정권을 행사하며 하원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의원내각제 형식으로 운영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흔히 논의되는 형태는 평상시나 비상시 모두 국가내부적 사무(소위 ‘내치’)는 국회에서 선출된 수상이 담당하고, 국방이나 외교 등과 같이 국가외부적 사무(소위 ‘외치’)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담당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원정부제는 독일의 1919년 바이마르 헌법에서 최초로 등장하였으며, 현재에는 프랑스를 필두로 하여 핀란드, 오스트리아, 아일랜드,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등에서 실시하고 있다.
(2) 장점
이원집정부제 형태를 도입하게 되면 권력이 지나치게 대통령에 집중되어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들을 방지할 수 있다. 대통령과 수상이 권력을 분점하되 일단 국가의 위기 발생시에는 대통령에게 위기를 타개할 수 있도록 한다면 권력의 분점과 균형도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5년 단임제를 채택하기 시작한 1987년부터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까지 예외 없이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집권 4년차부터 각종 게이트의 늪에 빠져 퇴임시에는 10% 정도에도 못 미치는 지지율로 참담한 결말과 권력무상을 경험해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애초부터 권력을 분할한다면 대통령의 독주나 독선적 정책시행을 방지할 수 있는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 단점
이원집정부제는 먼저 국민들의 전반적인 의사가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보다는 대통령 중심제를 여전히 선호하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한다.
최근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아직까지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전환해야 한다는데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국민들은 다양한 문제점에 불구하고 아직 대통령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프랑스나 크로아티아의 예에서 보듯이 대통령과 총리가 다른 정파에 속해 있을 때에는 두 권력주체 간의 권력투쟁 때문에 국가중대사를 결정하고, 입법하는데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반대로 만일 대통령과 총리가 같은 정당에 소속되어 있을 경우에는 독재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3. 의원내각제
의원내각제(Parliamentary Government)란 국회의 다수당 또는 2개 이상의 정당들이 연합하여 의회 의석의 절대다수를 이루는 정당들이 정부를 구성하고 국회의 지지를 받는 동안 의회에 대해 책임을 지면서 국정을 이끌어 가는 정부형태를 말한다. 현재 미국과 프랑스 정도를 제외하고는 영국, 독일, 일본, 캐나다 등 해외 선진국의 대다수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다.
(2) 장점
의원내각제의 경우에는 국민의 의사가 국회를 통하여 직접 국정에 반영되고 만약 불가능할 경우에는 정부를 해산하여 국민이 원하는 새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의원내각제는 수상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임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국회의원의 과반 이상이 특정인을 수상으로 선출하여 국정을 담당하게 하더라도 자신들의 정치적 관점이나 이상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에는 언제든지 퇴임시킬 수 있는 민주적인 제도이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제가 책임정치에 부합한다고 잘못 알려져 있지만,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과 의회 다수파가 서로 다른 정당에 속할 경우에는 대통령이 제대로 국정을 운영하지 못하게 되어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어렵다. 반면, 의원내각제라면 중요한 정책에 대해 수상과 국회의 의견이 달라 서로 대립하면 국회를 해산한 후, 총선거를 치러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면 되기 때문에 권력주체 간의 갈등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으며, 책임정치를 구현하는데 적합하다.
독일이나 일본처럼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국가에서는 때로 수상이 정국돌파의 수단으로 총선거를 활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독일에서는 지난 2005년 당시 연방대통령이었던 쾰러(Köhler)가 여러 가지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슈뢰더(Schröder) 총리가 패배하여 물러나기도 했다. 당시 슈뢰더 총리가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 이상의 공적 자금의 투입을 거부하면서 연금을 대폭 삭감하고, 세금을 증액하는 등 자신의 지지기반이었던 노동자 계층에게 인기를 잃는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이러한 슈뢰더총리의 선택은 훗날 그의 정적이었던 메르켈(Merkel)총리 등 보수 우파에서도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권력을 과감히 포기한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슈뢰더총리의 선택은 2000년대 초반 독일이 유럽에서 최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반면, 일본의 경우에는 2005년 고이즈미((小泉)총리가 우정사업 민영화를 이유로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여 일본 국민들로부터 재신임을 얻은 바 있다.
(3) 단점
의원내각제 체제하에서 만일 입법과 행정을 한 정당이 독점하게 되는 경우에는 이를 견제할 장치가 야당 뿐 인데, 여러 개의 야당이 난립하게 되는 경우에는 정국이 매우 불안정해지는 단점이 있다.
즉 의원내각제는 필연적으로 다수당과 아울러 다양한 이념적·지역적 스펙드럼을 가지는 소수정당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연정이 불가피해지게 된다.
IV. 결론
‘모든 제도는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이상과 현실 사이의 선택의 문제’이고 각 제도마다 장·단점이 있으므로 어떤 제도가 일의적으로 타당하거나 적합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제도의 선택은 당대의 시대가치에 대한 국민적 판단의 결과에 근거하여야 한다. 특히 정부형태의 변경은 국민의 생활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정부형태의 선택에는 정치엘리트들의 의지 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한다.
지난 2017년 초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즈음하여 실시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정부의 실정과 독주를 방지하기 위해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30% 가까이가 현행 5년 단임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하거나, 40% 이상의 국민들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고 응답하였다.
개헌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국민투표를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의원내각제는 아무래도 이번 개헌안에서는 채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의원내각제의 경우에는 국회의 신임을 바탕으로 행정부가 구성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안정된 복수정당제와 양당제 또는 정당 간 연합(‘연정’)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특정 계층이나 이념을 대변하기 위한 정당체제가 확립되어 있지 못하고, 개인의 영달이나 특정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당적을 변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일 의원내각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할 경우에는 애초에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을 선출할 당시와는 다른 정당구조로 인위적인 정계개편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이런 정치적 야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소수 정당들이 난립하게 되어 내각의 수명이 오래 가지 못하고 정국의 불안정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 시점에서 대통령제를 순수한 의미의 의원내각제로 변경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듯하다.
그렇다면 ‘미국식의 순수한 4년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텐데 두 제도는 각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굳이 두 가지 제도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필자는 ‘4년 중임제를 근간으로 해서 부통령제를 도입하고,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켜 사실상 이원집정부제처럼 작동하게 하는 것’이 국가운영의 효율성을 보다 제고하는 길이라고 본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과 수상이 일상적으로 개별 사안마다 충돌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고, 실제로 프랑스 등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 국가에서 권력의 충돌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것을 목도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국회가 현재의 대통령이 가진 권력을 온전히 이양 받아 적절하게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들이 아직은 다수인 듯하다.
권력구조 개편 논의와 관련해서 마지막으로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은 권력구조 개편논의에 있어 제도변화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제도변화의 근본적인 목적은 제도 자체의 변경이라기보다는 제도개선을 통해 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신장시키는 것이다.
권력구조의 개편은 붕당(朋黨)정치,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정치 등 왜곡된 우리 정치문화를 바로잡고, 가장 최적화된 권력의 행사 및 통제수단을 마련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보호 수준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 개헌시 권력구조개편에 대한 SWOT분석
1. Stength
문재인 대통령의 재임초기이기 때문에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개혁과제를 수행하기에 적합하며, 2018년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문대통령의 개헌의지가 높다. 통상 현직 대통령은 개헌이 마치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를 덮어버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개헌문제가 화두가 되는 것을 피해왔다. 그에 반해 대통령이 정권초기에 직접 개헌을 촉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2. Weakness
현시점에서 국민 여론상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며, 만일 개헌한다면 4년 중임제 또는 이원집정부제 중 선택해야 한다. 현재 여당(더불어민주당)은 4년 중임제를, 제1야당(자유한국당)은 이원입정부제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권력구조 측면에서는 의견의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
3. Opportunity
만일 권력구조 개편논의를 배제하고 헌법 전문(前文)과 기본권 조항 등에 대한 일부 개정을 한다면 개헌이 실행될 가능성도 있다.
4. Threat
개헌시 권력구조 개편 문제가 합의되지 않는다면 헌법 전문(前文)과 기본권 조항만 지방자치 선거에 부치겠다는 것은 자칫 정략으로 치부될 가능성도 있다. 권력구조 개편의 개헌의 전부는 아니지만, 권력구조 개편 없는 개헌안은 의미가 반감된다. “권력구조 개편은 개헌의 종착역은 아니지만, 권력구조 개편 없는 개헌안은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할 수 있다. 개헌의 추동력은 역시 권력구조와 선거구제도 개편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