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노년(老年)의 즐거움 마주하기
2018-01-11 05:00
김영죽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수석연구원
잘 늙어가기, 이른바 '웰에이징(well-aging)'은 100세 시대의 주요한 명제가 되었다. '늙은 사회'에 대한 고민,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당면한 문제일 것이다. 우리는 동아시아 전통시대의 미덕이었던 양로(養老)·경로(敬老)에 대한 가치조차 재구성되고 있는 시점에 놓여 있다.
현격히 감소한 출산율, 각종 의료기술의 발달은 초고령사회라는 불균형을 빚어냈는데, 이 차이를 극복할 방안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삶의 과정이니 외면할 수도 없다. 노년을 제대로 맞이하고 마주하기. 이 시대의 가장 큰 화두가 아닐까.
조선 후기 문인 김창흡(金昌翕)은 어느 날 이가 빠지자 비로소 노인의 반열에 들었음을 자축하며 <낙치설(落齒說)>을 지었다. 그는 “주자(朱子)는 눈이 멀어 존양(存養)에 전념하게 되자 오히려 진즉 눈이 멀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로써 말하자면 내 이가 빠진 것 또한 너무 늦었다. 형체가 일그러지니 고요함에 나아갈 수 있고 말이 헛나오니 침묵을 지킬 수가 있다. 살코기를 잘 씹지 못하니 담백한 것을 먹을 수 있고, 경전을 외움에 매끄럽지 못하니 마음을 살필 수가 있다. 고요함에 나아가면 정신이 편안해지고 침묵을 지키면 허물이 줄어든다. 담백한 것을 먹으면 복이 온전하고 마음을 살피면 도(道)가 모인다. 그 손익을 따져보면 얻는 것이 훨씬 더 많지 않겠는가?”라 하였다.
고락(苦樂)의 요철(凹凸)이 잘 다스려진 평온함, 지혜와 연륜을 품고 있는 노인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근사하다. 홀로 잘 늙어가는 방법은 결국 자신의 노년을 어떤 마음으로 직시해야 하는가에 달려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