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딜레마] 가상화폐 큰손은 '와타나베 부인'?

2018-01-08 19:00
일본 개인 투자자 가상화폐 이동
주요핀테크 업체 채굴사업 진출

정부 규제에 따라 올해 1월부터 일시적으로 가상화폐(암호화폐)에 대한 신규 계좌 개설이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의 가격은 새해 들어서 나날이 상승 중이다. 리플과 같은 알트코인도 마찬가지다. 이는 가상화폐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일부 큰손이 버티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8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비트코인 큰손 약 1000명이 전 세계 비트코인의 40%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상화폐 시장이 수요와 공급에 따른 시장 논리가 아닌, 초기 투자자와 채굴자 등 이른바 '고래(whale)' 투자자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까지 중국 위안화를 통한 비트코인 거래가 활발했으나,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 관련 규제를 엄격히 적용한 탓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가상화폐 친화적 정책을 내놓으면서 엔화가 위안화를 대체하게 됐다.

이더리움도 지난해 초에는 원화를 통한 거래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원화를 통한 거래는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투기로 간주하고, 규제 마련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가상화폐 거래실명제를 도입, 과세 방안을 찾는 중이다.

우리나라나 중국과는 반대로 일본에서는 가상화폐 거래가 성역 없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비트코인 거래 통화 중 엔화 비중은 40%로 달러화보다 크다. 노무라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인 100만명이 총 370만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기준 엔화로 거래되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5조1000억엔 규모다.

글로벌은행 등 시장 분석가들은 일본 와타나베 부인의 주도로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됐다고 보고 있다. 와타나베란 일본에서 흔한 성(姓) 중 하나로, 저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일본을 벗어나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 주부들의 외환투자를 의미한다.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외환 거래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가상화폐 거래로 옮겨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가상화폐 채굴에도 입김이 셌던 중국 채굴업자들이 정부로부터 압박을 받으면서 일본에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아졌다. 실제로 외신에 따르면 SBI홀딩스와 GMO인터넷 등 일본의 주요 핀테크업체들이 잇따라 가상화폐 채굴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비트코인은 지난 한 해 동안 16배나 가격이 뛰었다. 무라키 마사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일본인 투자자들이 전체 가상화폐 거래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며 "일반 외환 거래보다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