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일주일' 트럼프 등 외부 개입에 중동 갈등 심화 전망

2018-01-04 16:38
이란 정부 "시위 사태 진정 국면...수일 내 수습" 자신감
시위 주도한 젊은층·친정부 세력 등 계층간 갈등 심화
트럼프, 트위터 통해 이란 시위 지지..."중동 갈등 표면화 우려"

3일(현지시간) 이란 남서부 아바즈 시내에서 이란 여성들이 국기를 들고 반(反)정부 시위대를 비난하는 맞불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EPA]


이란의 반(反)정부 시위로 인해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시위가 일주일만에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란 정부는 조기 수습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에 적대적이고 중동에서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있는 이란을 고립시키려 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 내홍 수습 한다지만...뚜렷한 계층간 분열 양상에 정세 불안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3일(이하 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을 통해 "현재 상황이 향후 수일 내 끝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도 이날 "추가 폭동을 막기 위해 주요 지역에 제한적으로 혁명 수비대를 배치했다"며 "시위가 종료되면서 사실상 진정 국면에 접어 들었다"고 강조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이란 곳곳에서 인플레이션 상승과 고용 불안 등 경제난에 경제난에 불만을 품은 시위가 이어지면서 일주일 동안 최소 23명이 사망하고 시위 가담자 450여명이 체포됐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례적으로 이번 시위에서 이란에서 신성불가침 영역인 종교 지도자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로 꼽히는 지난 2009년에도 종교 비판은 없었다. 정부 불신이 이슬람 체제에 대한 거부감으로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정부·반기득권 시위를 비판하는 친(親)정부 시위대의 맞불 작전 이후 이란 내 시위는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란 정부의 통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보수 강경파가 다수 포진해 있는 현지 사법 당국은 시위 가담자들을 대상으로 사형을 포함한 강력 처벌 방침을 예고한 상태다.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사용도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2009년과 달리 이번 반정부 시위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산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시위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과 인스타그램 등 SNS와 가상사설망(VPN)은 3일을 기점으로 스마트폰에서 활용할 수 없는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텔레그램과 인스타그램은 이란 정부가 허용한 유일한 SNS로, 정부 통제 방침에 따라 이란 내 모든 SNS 서비스가 폐쇄됐다. 

◆ "이란 지지" 트럼프 폭풍 트윗...중동 패권 경쟁 이어지나

유엔 등 국제사회가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이란의 시위를 지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WSJ 등 외신들은 이번 시위를 계기로 중동 내 이란 고립을 가속화하고 대(對)이란 신규 제재에 나서기 위해 포석을 깐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부패 정부에서 나라를 되찾으려는 이란 국민들을 정말 존경한다"며 "적절한 시기에 이란 반정부 시위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지원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이란의 시위를 지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지원이 이뤄질지는 불분명하지만 외신들은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강력 처벌할 경우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신규 제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이란을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고 비난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도 이란을 '불량 국가'로 지목, 중동의 최대 문제로 지적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지난 2015년 전임 오바마 행정부가 이룬 이란 핵개발 동결 합의를 비난하면서 불인증을 선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이란 사태를 계기로 중동 내 친(親)미 국가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이란 고립을 가속화하면 중동 패권 전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란과 앙숙인 이슬람 수니파 사우디가 미국을 등에 업고 세력을 넓히면서 새로운 '중동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