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커스] 트러스트부동산, 사악한 엘리트의 '적폐'

2018-01-02 16:17
- 2년간 소모적 법적공방은 성공한 노이즈 마케팅인가?

 

기자는 지난 2년간 변호사 복덕방으로 불린 ‘트러스트부동산’을 취재하면서 도덕성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트러스트부동산이 여론과 언론, 국토교통부와 사법부를 우롱하는 모습을 보면서 도덕성 결핍이 낳은 사악한 엘리트의 폐해를 목격했다.

트러스트부동산은 지난해 1월 출범한 부동산 중개업소, 일명 변호사 복덕방이다. 트러스트법무법인과 트러스트라이프스타일, 트러스트부동산중개란 세 개의 법인이 등록된 형태의 부동산 중개업소다. 사실상 한 회사인데 소비자와의 접점에 있는 트러스트라이프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편의상 이 세 개의 법인을 하나로 트러스트부동산이라고 하겠다. 세 개의 팀이 있는 한 회사로 생각하면 된다.

사업 출범 당시 트러스트부동산이 중개업소를 표방했다면, 2년에 걸친 여론과 법정 공방은 불필요한 절차였다. 법률자문료 명목으로 최대 99만원의 중개수수료를 내건 영업방식은 오히려 기존 중개업계의 패러다임을 뒤흔들 콜럼버스의 달걀이었다.

트러스트부동산은 간단히 중개팀에서 중개영업을 하고 법률자문팀에서 법률자문 서비스를 하는 형태의 회사였던 것이다. 라이프스타일은 홈페이지 이름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수수료가 법률자문료건 중개수수료건 중요치 않다. 그냥 기존 중개수수료보다 획기적으로 싼 중개업소인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트러스트부동산은 이 같은 내용을 베일 뒤에 숨겨놓고 중개 서비스를 마치 법무법인의 부대 서비스인 양 포장했다. 

법적 공방의 초점은 무등록 부동산 중개법인의 중개행위와 부동산이란 상호 사용에 대한 위법 여부였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는 법원이 트러스트부동산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2심선고에서 법원은 1심을 뒤집고 원고인 중개업계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즉시 상고 의사를 밝혔던 트러스트 부동산은 지난달 21일 돌연 상고 포기의사를 밝히고 중개업소 트러스트부동산중개의 출범을 알렸다.

2년 전 호적에 등록된 자식의 출산 소식을 뒤늦게 알린 격이다. 그런데 이 법인이 신생아가 아니라 사실은 2년 전 태어나 지금은 뚜벅뚜벅 걸어다닐 나이가 됐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중개법인 명목의 영업행위는 단 한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출산 뒤 단 한번도 문 밖으로 내보내지 않은 아이를 2심 선고 후에서야 갑자기 신생아인 양 언론에 소개를 한 것이다.

중고 신생아의 데뷔로 트러스트부동산의 영업은 등록 중개법인의 중개행위로 탈바꿈한다. 마치 위법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후속조치 같지만 중개법인은 2년 전 영업을 시작할 때부터 존재했다. 위법 논란 자체가 불필요했던 것이다. 2년간 언론과 정부, 사법부가 사악한 엘리트의 장단에 춤을 춘 것이다.

이제 공승배 트러스트부동산 대표에게 한 가지 묻고 싶다. 부동산 중개행위에 필요한 법적인 요건을 모두 갖춰놓고 왜 2년간 법적 공방을 했는지 말이다. 2년간 중개업계와 언론, 국토교통부와 사법부가 공 대표의 장단에 춤을 추는 사이 트러스트부동산은 소비자에게 그 이름을 알릴만큼 알렸다. 공승배 대표의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노이즈 마케팅이 된 셈이다. 얼마 안 되는 소송비로 막대한 광고비를 대체했다면 비약인가. 그 비용은 장단에 춤을 춘 중개업계와 언론, 국토교통부와 사법부에 전가됐다.

어떤 비용을 사회에서 누가 부담하느냐는 사회 정의의 중요한 요소다. 수혜자와 비용부담자가 일치하지 않는 곳에서 부정의 싹이 튼다. 공승배 대표는 트러스트부동산이 부담해야 할 막대한 비용을 결과적으로 사회에 전가시켰다. 사악한 엘리트의 적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