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욱의 음악이야기] 2017년 한국 대중음악 키워드
2018-01-03 06:00
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지나가고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연말연시 즈음에 유난스럽게 펼쳐지는 지난 1년에 대한 되새김질은 가깝게는 한 해의 기억을 한 편에 정리하고 새로운 해로 나아가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는 수없이 쌓여가는 방대한 역사들 가운데 먼 미래까지 남겨야 할 그해만의 의미를 간직하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이제 작년이 되어버린 한 해를 돌아보며 이후에도 기억해도 좋을 2017년 한국 대중음악계 키워드 몇 가지를 꼽아보았다.
모던록의 약진
2017년엔 유독 좋은 모던록 음반들이 많이 쏟아졌다. 본 지면에서도 다룬 바 있는 한국 인디록 역사의 산증인 언니네 이발관은 커리어 마지막 앨범을 예고한 뒤 6집 '홀로 있는 사람들'을 내놓았다. 세심한 편곡과 사운드로 무장한 이 앨범은 아니나 다를까 많은 비평가들에게 상찬을 받으며 이들의 화려한 퇴장을 장식했다. 초창기 멤버인 성기완의 탈퇴로 우려의 시선을 낳았던 3호선 버터플라이는 도리어 발전적인 변화의 모습을 들려주었고, 대중적 성공 이후 새 둥지를 튼 혁오나 6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표한 검정치마 역시 각기 인상적인 결과물로 2017년 모던록 장르의 풍년을 자축했다.
힙합과 페미니즘
뜨거운 이별
한편 2017년은 뜻하지 않은 이별로 많은 슬픔과 아쉬움을 남긴 해이기도 하다. 때가 되어 누군가가 떠난다는 사실은 여느 때나 일어날 수 있는 예사로운 일이건만 지난 한 해는 유독 기억에 남는 이별들이 있었다. 8월에는 '포크계 대부'로 불리던 조동진이 향년 70세로 별세했다. 1979년 발표한 1집이 2007년 발표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됐고, 2016년 발표한 6집도 2017년 2월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상' 등을 최고령 수상할 만큼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가던 그였기에 죽음이 더욱 뜻밖이었다.
12월 18일엔 데뷔 10주년을 단 10여일 앞두었던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이자 솔로가수 종현이 사망해 충격을 주었다. 이후 그가 생전 앓았던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사망 이유가 추정되면서 더 큰 안타까움을 낳기도 했다. 죽음이 아니라도 앞서 언급했던 언니네 이발관이 활동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고, 아이돌 시대를 열었던 최장수 걸그룹 소녀시대가 일부 멤버의 재계약 불발로 더 이상 '완전체'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기도 했다.
라이징 스타
추스르기 힘든 이별의 고통 중에도 다행히 새로운 비상과 만남은 이어진다.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방송됐던 '프로듀스 101 시즌2'는 데뷔 그룹 워너원을 낳았고, 워너원은 활동 기간이 정해진 시한부 그룹임에도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니며 연말 각종 신인상을 휩쓸었다. 최고의 K-팝 스타는 단연 방탄소년단이었다. 이들은 2001년 지오디(god) 이후 무려 16년 만에 단일음반 140만장 이상을 팔아치우며 기록을 경신했고,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7위를 차지하는 등 역사를 다시 썼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뉴욕에서 뮤지션으로 활동 중인 한국인 예지(Yaeji)는 유튜브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일약 스타가 된 것으로도 모자라 해외 인디음악 웹진 피치포크(Pitchfork)의 호평까지 받았다. BBC에서는 '2018년 기대되는 아티스트(Sound of 2018)'에 오르는 등 새해의 주인공이 될 것을 예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