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휴매니티 기반 기업문화·참여형 플랫폼 구축"

2018-01-01 13:29

[사진=하나금융지주 제공]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이 '휴매니티에 입각한 기업문화 정착'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금융회사도 휴매니티를 바탕으로 한 참여형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성공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기술과 지식이 중요하지만, 디지털 비즈니스의 중심은 결국 '사람'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금융상품 서비스를 구상할 때 손님의 금융생활 여정(Journey)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고,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 지를 진정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존과 다른 새로운 사고와 방식으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업(業)의 본질을 이해하고 재정립해야 한다"며 "금융업의 개념을 '손님의 기쁨'으로 정립하고 라이프스타일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고민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올해 '함께 성장하는 금융'을 표방하며 그룹 내.외적으로 협업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자산운용.신탁.IB(투자은행).글로벌.미래금융.비은행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협업을 통한 도약을 당부했다.

다음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신년사 전문이다.

사랑하는 하나금융그룹 가족 여러분,
2018 무술년의 희망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하나가족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2017년을 돌아보며

작년 하나금융그룹은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결실을 맺은 한 해였습니다. 전 그룹사가 One Company로서 협력쟁선(協力爭先)한 결과 사상 최대의 이익을 시현했습니다. 주가도 2016년 초 2만원에서 5만원대에 도달했고, 자본의 적정성과 리스크 관리가 크게 개선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향후 글로벌금융그룹의 랜드마크가 될 은행 신축본점도 완성됐으며, 국내 금융권 최초로 인적·물적 IT인프라를 통합한 그룹통합데이터센터까지 청라에 구축했습니다.

작년 초 자율영업체제로 전환하자고 했을 때 계수와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걱정과 우려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영업점을 돌아다니며 직원들과 직접 만나 얘기해 보면서 저는 이러한 우려가 기우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영업은 지점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해야 좋은 성과가 뒤따른다는 것을 잘 입증해 주신 하나가족임직원 여러분께 감사와 격려를 보냅니다.

安不忘危의 자세로 2018년부터 다가올 위기를 대비합시다.

하나가족 여러분,
安不忘危(안불망위)란, 편안한 가운데서도 늘 위태로움을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주역’에서 유래된 고사성어입니다. 작년 한 해 전세계적으로 자본시장이 활황이었으나 양적 완화에 따른 버블의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상승세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2019 부의 대절벽’(헤리 덴트, 2017)에서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기부양과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해 부풀려진 버블이 2018년부터 경고 신호가 나타나면서 2019년도에는 금융자산이 폭락하는 ‘경제적 겨울’이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유가, 금리, 원화가치가 동시에 오르는 이른바 ‘3高 현상’으로 수출경기가 영향을 받고, 건설투자가 위축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핀테크업체와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전이 본격화되면서 전통적인 금융회사의 영업방식으로는 산업을 초월한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습니다.

올 해 하나금융그룹은 ‘함께 성장하는 금융’을 표방하며 그룹 내·외적으로 협업 (콜라보레이션)을 더욱 확대하고, 자산운용, 신탁, IB, 글로벌, 미래금융, 그리고 비 은행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경영진이 전략방향을 잘 설정하고, 임직원 여러분들이 함께 해 주신다면 닥쳐올 위기가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사고와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사고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하나가족 여러분,
앞으로 다가올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만들기 위해,

첫째, 業의 본질을 이해하고 재정립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금융서비스업이란 손님에게 좋은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손님의 재산을 잘 관리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진정 손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일본에 가면 ‘아코메야(AKOMEYA)’라고 하는 쌀을 테마로 한 ‘다이닝 라이프스타일’ 매장이 있는데 ‘행복한 한 끼’를 제공하는 곳으로 業의 개념을 새롭게 바꿨습니다. 우리도 금융업의 개념을 “손님의 기쁨”으로 정립하고 손님의 금융라이프 스타일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둘째, 휴매니티에 입각한 기업문화가 정착돼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기술과 지식이 중요하지만 디지털 비즈니스의 중심은 결국 ‘사람’입니다. 일례로 매일 밤 요양원에서 요실금 패드 교환 때문에 잠을 뒤척이시는 어머니를 본 아들이 어떻게 하면 편히 주무시게 할까 하는 고민 끝에 스마트센서 ‘탤리’를 개발했습니다. 이 센서를 패드에 부착했더니 개인별로 습도를 체크해 교환시기를 알려주니 노인분들의 숙면 만족도가 81%나 개선됐다고 합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은 혁신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부분으로 스며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사업을 보기보다 사람을 바라보고, 기술보다 먼저 삶을 봐야 합니다. 우리도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구상할 때 손님의 금융생활 여정(Journey)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고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를 진정으로 고민해 봐야 할 것입니다.

셋째, 업무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수작업의 전산화를 통해 효율성을 제고해야 합니다. 업무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아직도 상당한 부분을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에 해 오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개선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이제 우리의 가치와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환경을 개선해 사고도 미연에 방지하고 비용도 절감하며, 무엇보다도 일과 생활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잘 유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협업을 통한 도약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협력쟁선(協力爭先)’의 슬로건 아래 각 사별로, 그리고 그룹 내 관계사간의 협업(Collaboration)을 잘 해주셨습니다. 특히, 그룹 One IB 체제를 구축하여 국내외 IB부문 실적을 향상시켰고, 은행-증권 복합점포를 통해 종합금융서비스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은행의 대면/비대면 채널 활용을 통한 카드 신규모집 등은 협업을 통한 영업기반 구축의 좋은 사례였습니다.

미국의 생물학자인 ‘린 마굴리스 (1935~2011)’는 “점진적 진화는 경쟁에 의해 촉진되지만, 근본적 진화는 협력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하면서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되는 근본적·획기적인 변화는 공생, 즉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경쟁사 대비 열위한 상황이지만 서로를 믿고 협업해 실력을 키워 나간다면 반드시 기회가 올 것입니다.

휴매니티를 근간으로 한 참여형 플랫폼

2014년 11월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인공지능 스피커인 ‘아마존 에코(Amazon Echo)’를 출시한 후 2년 만에 800만대 이상 판매하면서 시장을 주도하게 됩니다. 아마존은 개발 노하우가 축적된 ‘알렉사 스킬즈 킷(ASK, Alexa Skills Kit)’ 이라는 ‘개방형 개발 소스’를 외부 파트너사에 무료로 제공하고 파트너사가 애플리케이션에 탑재해 함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함으로써 인공지능 생태계를 선점해 나간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 시대에는 이종산업뿐만 아니라 경쟁사까지 포함한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합니다. ‘아마존 에코’도 2017년을 기준으로 스타벅스, 우버, 도미노피자 등 약 2만 개의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는 오픈 소스와 적극적인 파트너십에 따른 결과였습니다.

하나금융그룹도 작년 11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통합 디지털 자산 플랫폼인 GLN(Global Loyalty Network) 컨소시엄을 구축했습니다. 일본, 대만, 중국, 태국, 러시아, 미국, 영국 등 10여개국의 글로벌 은행, 유통, 포인트 사업자와 함께 손님들의 금융자산을 통신로밍서비스처럼 휴대폰으로 자유롭게 전환·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것입니다. 1200만 회원이 사용하고 있는 하나멤버스가 이제는 GLN을 통해 20개국 이상의 글로벌시장에서 그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디지털을 넘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대형금융회사는 핀테크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인해 각각의 금융서비스로 쪼개어지는 Unbundling 현상이 심화될 것 입니다. 전통적 금융기관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보유한 핀테크업체는 서로 경쟁과 협업을 통해 플랫폼 비즈니스로 나아가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참여형 플랫폼입니다.

2012년 미국에서 미술강사와 참여자를 연결해 주는 ‘페인트 나이트(PaintNite)’라는 플랫폼이 설립됐습니다. 누구든 쉽게 참여해 자유롭게 미술 창작활동을 즐기다 보니 SNS를 타고 전 세계 1500개 도시로 퍼져나가면서 2016년 미 경제매체인 INC 선정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비상장기업’ 2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앞으로 손님은 대부분 플랫폼을 통해 소통하게 될 것이고, 금융회사도 휴매니티를 바탕으로 한 참여형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經天緯地를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행복한 직장을 만들어 갑시다.

친애하는 하나가족 여러분!
經天緯地(경천위지)란 베의 날줄과 씨줄처럼 일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계획해 천하를 바르게 경영한다는 말입니다. 대내적으로는 청라통합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그룹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고, 통합 3년차인 은행의 PMI(사후적 통합)을 성공적으로 완수함과 동시에 비 은행부분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대외적으로는 2월 평창동계올림픽과 6월 러시아월드컵을 잘 후원하면서 GLN 컨소시엄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협업과 파트너십을 구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2018년을 잘 견뎌내고 실력을 축적해 나간다면 2019년에 위기가 오더라도 우리에게는 글로벌 일류 금융그룹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 동안 그룹의 화합과 협업, 그리고 조직의 미래를 위해 애써 주신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즐겁게 일해야 직장이 행복해지고, 그룹이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만족하면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경영진과 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해 후배들에게 자랑스러운 하나금융그룹을 물려줄 수 있도록 합시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