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 이진성변호사,상법개정을 통한 근로자이사제 도입의 전망과 과제
2017-12-28 14:29
I. 들어가는 말
지난 2017년 11월 20일 KB금융지주 임시 주주총회에서 KB금융노조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동의아래 친노동자 성향의 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하였지만 나머지 주주들이 반대하여 결국 부결되는 사건이 있었다. ‘KB 사태’라고 까지 불리는 이 사건은 국민연금이 사실상 근로자이사제를 찬성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여,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근로자이사제의 민간부분 적용이 시작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KB금융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주주제안권의 일환으로 보아야지 근로자이사제의 민간부분 도입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오히려 회사를 규율하는 상법 개정을 통해 근로자이사제가 법제화 되는지 여부가 민간부분 확대여부를 판가름 할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20대 국회에서 상법개정을 통해 근로자이사제의 법제화를 시도하고 있어, 개정여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근로자이사제도는 기업지배구조의 기본사항이자 핵심요소인 이사회 구성에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사를 일률적・전면적으로 구성원으로 정하는 것으로, 공익을 추구하는 공공기관과는 성격을 달리하는 사기업에까지 법으로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강제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냐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근로이사제의 개념 및 논의배경, 외국의 입법례 및 근로자이사제 도입의 찬・반론, 그리고 상법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고 근로자이사제도의 향후전망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Ⅱ. 근로자이사제의 개념 및 논의배경
1. 근로자이사제의 개념
2. 논의배경
근로자이사제 도입 논의는 ‘사외이사 기능의 정상화와 노사관계의 안정’이라는 명제와 그 맥을 같이한다. 왜냐하면 2016년 기준으로 상장기업 882곳 중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반대의견을 한 차례 이상 표명한 적이 있는 기업은 전체의 2.8%에 그칠 정도로 사외이사제도는 경영진의 전횡을 방지하려는 본연의 취지와 달리 ‘기업의 거수기’로 경영진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업 경영진의 전횡을 방지하려는 사외이사제도의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노사의 의견을 사전 조율하여 노사관계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제도로 근로자이사제의 도입의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던 중 2016년 7월 4일 김종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법개정안 중에 근로자이사제도 도입을 일률적・전면적으로 강제하는 규정이 있고, 뒤이어 2016년 9월 29일 서울시의 ‘서울특별시 근로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가 발효되어 근로이사제 도입 및 강제적용 여부가 재계와 노동계의 주요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Ⅲ. 외국의 근로자이사제
유럽에서 공공・민간부분 모두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한 국가는 독일, 프랑스, 스웨덴등 15개국이고, 공공부분만 도입한 국가는 그리스, 스페인 등 4개국인데, 이중 독일, 프랑스, 스웨덴의 근로자이사제의 내용과 일본에서의 근로자이사제도입 논의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독일
독일은 1951년 종원원 1,000명 이상의 광산, 철강 분야 기업을 대상으로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였으며, 1976년 2,000명 이상 민간 기업으로 도입대상을 확대하였다.
독일 기업의 이사회는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이사회와 경영이사회를 선출하고 감독하는 감독이사회로 나뉜다. 감독이사회는 주주총회에서 선출된 주주이사와 노동조합 등에서 추천한 근로자 측 이사가 동수로 구성된다. 근로자이사들도 의결권을 갖고 있지만, 노사 간 의견이 대립할 경우 최종 결정은 대표이사가 내린다.
2. 프랑스
프랑스의 경우 사업장차원에서의 근로자 경영참가와 이사회차원에서의 근로자 경영참여제도가 양립하고 있는데, 이사회차원에서의 근로자 경영참여로서 공동결정제는 보편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프랑스의 법령체계는 공공부분에서는 1983년 제정된 공공부분 민주화법이, 민간부분에서는 상사법, 공기업에 대하여는 공공지분참여회사 거버넌스법이 규율하고 있다.
3. 스웨덴
스웨덴은 1988년 2월 제정된 ‘민간부부 근로자의 이사회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라 25명 이상의 근로자를 둔 모든 기업에 근로이사를 두도록 하고 있다. 스웨덴의 근로자이사제는 근로이사의 경우 단체협약 또는 노동쟁의와 관련된 사안이나 직장 노동조합이 회사와 상반되는 이해관계를 갖는 사안의 처리에는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위 법 제14조) 일종의 ‘회피’제도를 두어 노・사 대립사항에 대하여는 이사회의 효율성을 높이는 규정을 두고 있는 특징이 있다.
4. 일본
일본에서도 2014년 회사법 개정안에 노사공동결정제도의 도입 여부를 검토하였으나,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의 강력한 반대로 입법화하지는 못하였다. 반대의 논거는 노사공동결정제도를 도입하면 기업의 지배구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되며, 독일은 주식회사보다 협동조합 형태로 기업이 운영되고, 산별노조가 발달되어 노사공동결정제도가 유의미할지 몰라도 일본의 경우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운영되어 명목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Ⅳ. 근로자이사제 도입의 찬・반론
1. 근로자이사제 도입 찬성의 입장
(1) 이론적 근거
헌법 제119조 1항은 시장경제 일반에 관한 조항이며 2항은 시장경제 가운데 사회적 시장경제에 관한 규정으로,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구현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근로자이사제의 도입은 시대적 요구이자 헌법적 소명이라는 주장을 그 이론적 근거로 하고 있다.
(2) 사외이사제도의 정상화
기업 경영이 총수(오너)의 독단 및 전횡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도록 마련한 사회이사제도가 오히려 부실경영의 방조자 역할로 전락하였는데, 근로자이사제도가 도입되어 이사회에 근로자 또는 근로자 추천인사가 참여할 수 있다면 윤리경영을 목표로 하는 사외이사제도의 정상화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이다.
(3) 노사협력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
근로자이사제의 도입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지만 경영진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근로자의 반발을 예방할 수 있고 의사결정이 실행에 옮겨질 때에는 강력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근로자이사제가 가져다주는 갈등예방 효과는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선진국일수록 파업 일수가 적다는 사실에서 입증되고 있다.
(4) 사회갈등비용 감소
근로자이사제 도입으로 노·사가 상생의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어 그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노사관계가 참여와 협력관계로 정상화되어 파업 등 노사분규가 줄어 사회갈등비용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2. 근로자이사제 도입 반대의 입장
(1) 이론적 근거
헌법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규정하여 자유시장경제체제가 헌법적 가치임을 명시하고 있는데, 근로자이사제도 도입은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헌법 제119조 제1항에 반한다는 주장을 이론적 근거로 삼고 있다.
(2) 주주자본주와 충돌
재계는 근로자이사제도는 우리 노사현실과 맞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독일의 경영참가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와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독일은 전체 기업 중 90%이상이 유한회사이고 주식회사는 1%에 불과 하지만 한국은 기업의 95%가 주식회사로 근로자이사제가 도입될 경우 주주이익 극대화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3) 경영 효율성 저해
근로자이사의 경우, 인수・합병 및 신규사업진출 여부와 같은 기업경영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여 신속하게 결정되어야 할 사항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고, 특히 근로자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임금・파업등의 문제에는 경영진측과 대립할 가능성이 높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4) 사회갈등 증폭
노동자 측에서 인사·경영에 관여하게 되면 기업 측도 노동조합에 관여하도록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부당노동행위금지 규정에 대하여 폐지를 요구하는 등 노사관계의 근간이 흔들리면서 노사문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
Ⅴ. 상법개정안의 내용 및 문제점
1. 상법개정안
20대 국회들어 2016년 현재 사외이사와 관련 개정안은 5건으로, 이중 노동조합 등 근로자 대표가 추천하는 인사를 반드시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2016년 7월 4일 국회의원 122인이 제안하고 김종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법개정안(의안번호 2000645)과 2016년 9월 2일 국회의원 10인이 제안하고 노회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법개정안(의안번호 2002091)이 있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김종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상법상 사외이사의 선임과 관련하여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들이 추천한 후보자 각 1인은 반드시 사외이사로 선임하여야 한다(상법 제542조의 8 제4항 내지 제6항).’라고 규정하고 있고, 노회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근로자대표가 추천한 1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하여야 한다(상법 제542조의 8 제4항).’라고 규정하고 있어 근로자이사제를 강제하는 규정을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2. 문제점
(1)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문제
두 개정안에 따르면 근로자측이 추천한 1인이 포함된 사외이사후보자추천위원회를 예정하고 있는데, 만약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현재 근무하는 근로자나 친노동성향의 인사를 추천하는 경우 그들의 자격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상법 제389조의 2에 따르면 사외이사후보자추천위원회는 이사회 내의 위원회이기 때문에 근로자측이 추천한 1인이 포함되려면 그 사람이 이미 이사의 지위를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법 규정상 이사라야만 이사회 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데, 이사가 아닌 자가 사외이사후보자추천위원이 되는 충돌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2) 근로자의 사외이사 선임과 상법규정의 충돌문제
만약 노동조합 등 근로자대표가 현재 근무중인 근로자를 사외이사로 추천한다면 상법 제382조 제3항 제1호와의 충돌문제가 생기게 된다.
왜냐하면 상법 제382조 제3항 제1호는 사외이사는 회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된 인사로써 선임되어야 한다는 규정인데, 근로자는 회사와 이해관계가 깊은 자로서 개념상 근로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는 것은 맞지 않기 때문이다.
(3) 사외이사추천권과 주주평등의 문제
노동조합 등 근로자 대표가 현재 근무중인 근로자가 아니고 기업과 이해관계 없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한다고 해도 여전히 문제가 남게 된다.
왜냐하면 기업의 지배구조와 관련하여 의결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하면서 최대주주의 의결권 및 사외이사 추천권은 제한하면서, 이해당사자인 근로자측에만 의결권을 가진 이사의 선임을 강제하는 것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는 회사법상의 본질에 대한 논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Ⅵ. 근로자이사제의 향후전망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공약실현을 위해 근로자이사제도를 민간 기업에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근로자이사제도는 찬・반 양측의 이론적 근거와 주장의 논거가 모두 타당성이 있고 특히 주주자본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회사법과 충돌하는 면이 있어 상법개정을 통해 전면적으로 도입하려면 험난한 과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이사제도는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노사의 신뢰회복과 사외이사 제도의 정상화를 위해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지만, 만약 근로자이사제도를 상법개정을 통하여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싶다면 근로자이사제도는 우리의 노사현실과 다른 상황을 가진 국가들이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정착시킨 제도라는 것을 인정하고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이들의 걱정을 잠재우는 – 예컨대 스웨덴의 경우처럼 노・사 대립사항에는 의결권이 주지 않는 방안 등 - 한국형 근로자이사제도 설계를 위해 노・사・정이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회가 상법 개정을 통해 근로자이사제도의 도입을 법제화 하려면 개정조항이 개정이외의 상법 규정과 충돌조항이 없는지 잘 살펴서, 근로자이사제의 입법화로 인해 새로운 갈등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Ⅶ. 근로자이사제도의 SWOT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