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의심 사고에 면허정지는 부당”
2017-12-25 14:09
서울행정법원, 원고 승소 판결
자동차 급발진이 의심되는 경우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 면허 정지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단독 한지형 판사는 A씨가 서울 마포경찰서장을 상대로 면허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서울 시내 세차장에서 SUV 차량 자동 세차를 끝내고 출발하려 하자 차가 갑자기 출발해 인도를 지나 편도 4차로 도로를 횡단하면서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도로까지 돌진한 뒤 건물 외벽을 들이받고 멈췄다.
이 과정에서 지나가던 차량 두 대를 들이받았고, 사고로 8명이 다쳤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차량 검사 결과 브레이크 시스템에 문제가 없고, 세차장 폐쇄회로(CC)TV에서도 브레이크등이 꺼져 있어 급발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급발진이면 A씨가 차를 멈추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았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는 판단이 나왔다.
A씨는 안전운전 의무 위반과 인적 피해 교통사고에 따른 벌점 60점을 받았고, 마포경찰서는 A씨의 운전면허를 60일간 정지했다.
A씨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내고 당시 사고가 급발진으로 인해 일어나 벌점 부과와 면허정지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교통사고 발생 원인이 불가항력인 경우는 행정처분을 하지 않게 돼 있다.
재판부는 국과수가 인정한 사실만으로 당시 사고가 A씨의 고의나 과실로 일어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차 내부 블랙박스와 주유소 CCTV 영상을 보면 엔진음이 갑자기 커지면서 차가 출발했고, A씨나 함께 타고 있던 배우자가 "왜 이러느냐"고 소리친 상황 등이 급발진 정황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차량이 갑자기 가속돼 도로에 진입한 것은 이른바 급발진 현상에 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A씨에게 정신적인 장애가 있다고 볼 자료도 없는 만큼 면허정지 처분은 위법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