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사랑한 프랑스 미술…'예르미타시박물관展'

2017-12-21 06:00
국립중앙박물관, 내년 4월 15일까지 특별전 개최
니콜라 푸생부터 앙리 루소까지 佛 거장들 작품 한자리에

예르미타시박물관 겨울 궁전 '대사(大使)의 계단' ⓒThe State Hermitage Museum(photo: Pavel Demidov)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우아하고 기품 있는 프랑스풍(風)과 강렬하고 웅장한 러시아풍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미술. 말은 쉽지만 그런 작품 또는 전시를 만나는 기회는 흔치 않다. 프랑스 미술 속에 깃든 러시아 문화를 표방한 전시는 그래서 더 반갑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예르미타시박물관과 함께 내년 4월 15일까지 특별전 '예르미타시박물관展,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계몽군주를 자처했던 예카테리나 2세(1729~1796)가 수집한 17~18세기 프랑스 회화부터 20세기 초 러시아 기업가들이 구입한 인상주의 회화에 이르기까지 모두 89건의 프랑스 회화, 조각, 소묘 작품들을 선보인다.

예르미타시박물관 소장품 전시는 지난 1991년 국립중앙박물관 '스키타이 황금' 특별전 이후 26년 만에 열리는 것으로, 2010년엔 스키타이전에 대한 교환전시로 예르미타시박물관에서 '솔숲에 부는 바람, 한국미술 오천년'전이 개최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예르미타시박물관의 두 번째 협력물로, 지난해 예르미타시박물관에서 열린 '불꽃에서 피어나다-한국도자명품전'에 대한 교환전시로 추진됐다.
 

니콜라 푸생, '십자가에서 내림'(1628~1629). ⓒThe State Hermitage Museum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예르미타시박물관은 소장품 300만 점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규모의 박물관이다. 특히 유럽미술 컬렉션이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프랑스 미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예르미타시박물관의 기초를 세운 예카테리나 2세를 비롯해 로마노프 왕조 시대의 황제들과 귀족, 기업가들이 프랑스 미술을 열정적으로 수집한 덕분에 오늘날 예르미타시박물관은 프랑스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프랑스 미술을 보유한 박물관이 됐다.

지난 250년간 '겨울 궁전'에 간직됐던 프랑스 미술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모두 4부로 구성됐다. 1부 '고전주의, 위대한 세기의 미술'은 니콜라 푸생, 클로드 로랭 등 프랑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프랑스 미술이 독자적 화풍을 형성하고 유럽미술의 흐름을 주도하기 시작한 17세기의 프랑스 미술을 조명한다. 이어 2부 '로코코와 계몽의 시대'에서는 18세기로 접어들어 남녀 간의 사랑과 유희 장면을 즐겨 그렸던 로코코 화가들의 작품과 계몽주의 사상의 확산에 따라 새로운 감각으로 제작된 풍속화, 풍경화 등을 만날 수 있다. 
 

클로드 모네, '지베르니의 건초더미'(1886). ⓒThe State Hermitage Museum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프랑스 미술은 19세기로 접어들며 큰 변화를 맞이하는데, 3부 '혁명과 낭만주의 시대의 미술'은 나폴레옹의 통치와 일련의 혁명을 겪으며 프랑스 미술계에 일어났던 여러 변화를 소개한다. 신고전주의의 대표적 화가 장오귀스트도미니크 앵그르의 영웅적 초상화를 비롯해 문학, 신화, 동방 문물 등에서 영감을 얻었던 낭만주의 화가들의 작품, 사실주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와 카미유 코로, 외젠 부댕 등 인상주의를 예고했던 화가들도 눈길을 끈다.

4부 '인상주의와 그 이후'는 고전적인 예술 양식과 결별한 인상주의와 후기인상주의를 펼쳐 보인다. 클로드 모네, 폴 세잔, 모리스 드니, 앙리 마티스, 앙리 루소 등 인상주의 이후 근대 거장들의 작품은 20세기 미술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준다.
 

앙리 루소, '방브 수문 좌측의 방어 시설 경관'(1909). ⓒThe State Hermitage Museum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예카테리나 2세는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를 비롯한 동시대 저명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유럽 각지의 저명한 컬렉션을 구입했다. 그녀의 미술품 수집 열정은 동시대 귀족들에게도 이어져 18세기 말 이후 많은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들이 러시아의 공공건물과 상류층 저택을 장식했다. 이러한 개인 소장품들이 20세기 초에 국유화되면서 오늘날 예르미타시박물관을 다채로운 프랑스 미술 소장품을 보유한 곳으로 만들었다. 

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는 예르미타시박물관 소장품의 정수인 프랑스 미술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동시에 프랑스 문화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관심을 살필 수 있는 특별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