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시진핑 '침묵'
2017-12-13 15:51
내년 3월 은퇴 예정인 위정성 정협 주석 추모사
일본에 과거사 반성 촉구 동시에 관계 개선 메시지 보내
일본에 과거사 반성 촉구 동시에 관계 개선 메시지 보내
난징대학살 80주년을 맞은 13일 중국이 최고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추모식 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날 행사에 참석했지만 예상했던 일본을 향한 강경한 역사적 메시지는 없었다.
이날 시 주석을 대신해 추모사를 한 것은 위정성(兪正聲)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었다. 관영 신화통신 인터넷망인 신화망에 따르면 위 주석은 난징대학살 희생동포 기념관에서 열린 국가추모식 행사 추모사에서 “일본 군국주의가 일으킨 전쟁은 중국과 일본 양국 인민들에게 커다란 재난과 상처를 안겼다”며 “중·일 양국 인민은 어렵게 얻은 평화를 더욱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일 양국은 이웃국으로, 양국간 민간교류의 역사는 유구하다”며 “중국은 친성혜용(亲诚惠容, 친하게 지내며 성의를 다하고 혜택을 나누며 포용함)의 이념과 이웃과 사이좋게 지낸다는 주변국 외교방침에 따라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 관계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시진핑 주석이 흰꽃을 옷깃에 단채 어두운 표정으로 참석자들 사이에 서 있었지만 침묵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난징대학살 국가추모일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지난 2014년 첫 국가추모일 기념식 이후 3년 만이다. 2014년 시 주석은 직접 일본을 향해 "역사를 잊는 것은 배반", "사실은 교활한 말로 잡아뗀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등 강경한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한편 이날 중국 국영중앙(CC)TV와 신화통신 등 관영 언론들은 난징대학살 80주년 국가추모식 행사를 생중계하며 중국 전역에 추모 열기를 고조시켰다.
당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일본을 향해 과거사를 반성할 것을 촉구했다. 신문은 '역사를 잊지말고, 뜻을 세우고 부흥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해 "역사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변하지 않으며, 사실은 교활한 말로 잡아뗀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며 "난징대학살의 증거는 확실하며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사설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해 역사를 함부로 날조하고, 폭행을 부인하고, 난징대학살과 침략 전쟁의 추악한 행위를 13억 중국인은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것이며, 전 세계의 평화와 정의를 사랑하는 인민들의 질책과 경멸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난징대학살은 중·일전쟁 때인 1937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국민당 정부 수도였던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이 중국인을 학살한 사건이다. 중국 측에 따르면 30만명의 중국인이 일본군에 학살됐다. 중국 정부는 2014년 2월 입법 형식으로 매년 12월 13일을 난징대학살 희생자 국가추모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