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주류 금융 시장 본격 진출...중국·인도네시아 규제 등 투자 양분화

2017-12-10 14:35
美시카고옵션거래소, 10일부터 비트코인 선물 거래 개시
18일 美CME그룹 이어 나스닥도 내년부터 비트코인 거래 본격화
골드만삭스·JP모건 등 대형 IB도 비트코인 트레이딩 준비
저변 확대 기대 속 인도네시아·중국 등은 비트코인 거래 규제

[사진=연합/AP]



대표적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버블 우려와 투자 광풍 논란 속에 이번 주 주류 금융 시장에 전격 데뷔한다. 내년까지 미국 주요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변 확대 가능성이 열렸지만 롤러코스터를 타는 불안정한 가격 등에 대한 우려가 계속 나오면서 투자 양분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美 주요 선물 거래소 잇따라 진출···투자 저변 확대될까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10일(이하 현지시간) 오후부터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한다.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미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18일부터 비트코인 선물 거래 개시를 예고한 가운데, 일주일 앞서 거래를 개시하면 기관 자금의 유입을 촉진하는 등 투자를 선(先)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경제전문매체 포천은 분석했다. 

가상화폐 전문매체인 비코이니스트에 따르면 CBOE는 세이프가드 정책에 따라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비트코인 가격이 10% 이상 하락하면 2분간, 20% 이상 하락하면 5분간 휴장하기로 했다. 반면 CME그룹은 4개 비트코인 거래소의 가격을 기반으로 선물 상품을 출시, 거래량이 CBOE를 압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시장에서는 거대 투자은행(IB)들의 선호도에 따라 CBOE의 거래량도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BOE와 CME 그룹에 이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미국 대형 투자은행인 캔터 피츠제럴드와 함께 빠르면 내년 2분기부터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최대 IB들로 꼽히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도 비트코인 거래 준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의 주류 시장 진출이 확실해지자 고객들에게 비트코인 거래를 일부 허용키로 한 것이다. 

가상화폐 전문매체인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JP모건도 최근 고객들에게 비트코인 선물거래 계좌를 제공하기 위한 전담팀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의 최고경영자(CEO)인 제이미 다이먼은 가상화폐 투자 열풍과 관련, "비트코인은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광풍보다 심각한 사기"라며 위험성을 경고한 인물 중 하나다. 

미국 주요 거래소들이 잇따라 선물 거래 개시를 예고하면서 대형 금융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이 더욱 손쉽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 블랙록의 경쟁사인 미국 운용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개인 투자자가 가상화폐를 운용 자산의 일부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자이자 전 포트리스헤지펀드 매니저인 월가의 억만장자 마이클 노보그라츠도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위해 5억 달러 규모의 헤지펀드를 구성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앞서 비트코인이 내년 말까지 4만 달러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비트코인 전문가 노보그라츠는 "투자자들은 CBOE의 선물 거래 방식을 지켜본 뒤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당분간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이어 인도네시아도 규제 방침···버블 우려에 투자 양분화

주류 금융시장 진출을 본격화함에 따라 비트코인이 금·원유와 같은 자산 반열에 오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튤립 광풍' 등의 예처럼 버블 우려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선물 거래는 가격 하락 속에도 베팅할 수 있는 만큼 비트코인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실제로 미국 선물산업협회(FIA)는 "CBOE·CME·나스닥 등 3개 회원사가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거래를 개시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블룸버그통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2018년 1월부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투기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이슬람국가(IS) 등의 테러조직이 가상화폐를 자금세탁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뉴질랜드 당국에서도 비트코인을 규제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랜트 스펜서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 총재대행은 10일 "비트코인은 채굴량이 정해져 있어 가격 변동성이 매우 높다"며 "결제 측면에서 안정적인 가치를 갖고 있으면 유용한 화폐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투기 도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일찌감치 가상화폐 규제에 나섰다. 중국은 지난 9월 가상화폐가 실물경제에 기반하지 않는 만큼 가격 거품이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가상화폐공개(ICO)를 전면 금지했다. 러시아도 가상화폐 거래의 전면 금지를 공표했다.

한편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0일 오전 5시 기준 국제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대비 14.14% 하락한 개당 1만3639.30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주만 해도 시간 단위로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1만9000달러대까지 치솟았던 점에 비하면 폭락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1000달러 미만 수준에 머물던 비트코인은 올해만 약 1500% 폭등했다. 지난 10월 처음으로 5000달러를 넘어선 뒤 두 달 만에 1만1000달러대를 넘기는 등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2주 새 85%가 급등했다가 수시간만에 20% 급락하는 등 상당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