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을 유인해 강제 추행하고 죽인 후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의 범행을 도운 혐의로 함께 기소된 딸 이양(14)에 대해 정신감정이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서울북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이성호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공판에서 ‘어금니 아빠' 이영학 딸의 변호인은 재판부에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딸은)사건 당시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정신과 전문의에게 조언을 받은 결과 ‘정신감정을 받아 보라’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며 이양 정신감정을 신청했다.

이에 검찰 측은 “이미 (이양) 임상심리평가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증거자료로 제출했다”며 “정신감정이 필요한지 의문이다”라고 반대했다.

검찰이 제출한 임상심리평가에 따르면 이양은 아버지에게 다소 의존적 태도를 보이지만 판단 능력에는 문제가 없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의견을 검토하고 정신감정 신청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 날 공판에선 이영학 지인 박모씨(36)가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범행을 알고 있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됐다. 박씨는 지난 달 3일 이영학의 범행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차량으로 이양학 짐을 옮긴 후 이영학 부녀를 도피시켰고 부동산중개인에게 연락해 이영학이 서울 도봉구 소재 원룸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영학은 ‘범행 이후 박씨와 통화하면서 범행사실에 대해 말했냐?’는 검찰 측의 질문에 “박씨에게 전화로 ‘야 녹음해. 내가 딸의 친구를 죽이고 성폭행한 뒤 강원도에 버렸어’라고 이야기 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박씨 측 변호인이“확실히 (박씨에게) 살해했다고 말했냐?”고 묻자 이영학은 “죄송하다. 당시 약을 엄청 먹었다. 형이랑 통화한 것과 헷갈렸던 거 같다”며 “(박씨에게)‘내가 자살하려고 준비한 약을 딸의 친구가 실수로 먹고 죽었다. 사체를 버렸다’고 말했다. 박씨에게 ‘내가 사람 죽이고 사체유기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이영학은 박씨에게 “미안하다”며 재판부에 “이 친구는 다 모른다. 정말 죄송하다”며 울먹였다.

박씨는 “이씨가 나에게 말한 것은 ‘내가 자살용으로 준비한 약을 딸 친구가 먹고 죽었다’는 것뿐이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박씨는 이씨에게 “내가 너에게 잘못한 게 있느냐? 지금까지 별 생각을 다 했다”며 “내가 신고를 해서 네가 잡혔다고 오해를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눈물을 터뜨리며 “약 기운에 생각이 안 났다. 형이랑 너(박씨)랑 이야기한 게 헷갈렸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내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영학 딸도 “아버지(이영학)가 통화에서 ‘사체유기하고 도망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가 “삼촌과의 통화에서 그렇게 말한 것 같다”며 진술을 오락가락했다.

박씨 변호인 A씨는 이 날 공판이 끝난 후 재판정에서 기자에게 “박씨는 이영학의 범행을 모르고 태워 준 것 뿐이고 이영학이 박씨 핸드폰으로 부동산중개인에게 연락해 원룸을 구한 것이다. 이영학 딸은 아버지 이영학이 이영학의 형과 통화한 것을 박씨와 통화한 것으로 착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날 공판에서 이영학 딸 변호인은 “이영학을 양형 증인으로 신청한다”고 밝혔고 재판부는 이를 수용했다. 증인 신문은 오는 12일 열린다.

양형 증인은 유ㆍ무죄와 무관하게 형벌의 경중을 정하는 데 참고하기 위해 신문하는 증인이다.